[젊어지는 이야기] 피부 역노화
김기태 태성형외과 원장 동남권항노화의학회 이사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과학계는 늙은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려는 피부 역노화에 주목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주름이나 탄력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 세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는, 다소 공상과학처럼 들리는 이 개념이 이제는 실험실을 벗어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역노화의 출발점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교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단 4개의 유전자(야마나카 인자)만으로 다 자란 세포를 줄기세포와 비슷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음을 증명했고, 그 공로로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세포의 생물학적 나이를 나타내는 후성유전학적 시계가 사실상 초기화 된다는 것이다.
물론 세포를 완전히 초기화해 버리면 피부세포가 스스로의 정체성마저 잃고, 몸속에서 무분별하게 증식해 악성종양이 될 위험이 있다. 이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부분 역노화라는 방식이다. 유전 인자들을 아주 짧게, 일부만 작동시키고 도중에 멈춤으로써 세포의 정체성은 지키되 젊음만 되찾게 하는 전략이다. 2022년 영국 바브라함 연구소는 이 방법으로 사람의 피부 섬유아세포를 약 30년 젊은 상태로 되돌리고, 콜라겐을 만들어내는 기능까지 젊은 세포 수준에 가깝게 회복시켰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세포를 대상으로 한 결과로, 아직 사람의 피부에 직접 적용해 검증한 단계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짚어 둘 필요가 있다.
2026년 초 미국 FDA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역노화 치료제의 임상을 승인했고, 실제로 첫 번째 환자에게 투여가 이루어졌다. 안전을 위해 종양 발생의 위험이 있는 인자 하나를 뺀 세 가지 인자만 사용했고, 좁은 부위에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눈의 시신경 질환을 첫 임상시험의 대상으로 하였다. 아직은 피부 미용을 위한 치료는 아니라는 점, 그리고 보편적인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안전성 관련 문제들이 많다는 점에서 성급한 기대는 경계하여야 할 것 같다. 지금 시중에서 역노화를 표방하는 화장품이나 시술이 있다면, 그것이 실제로 세포의 나이를 되돌리는 과학적인 방법과는 아직은 거리가 있는, 광고성 멘트에 불과하다는 점을 구분해서 볼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하겠다.
피부는 노화가 가장 먼저, 뚜렷하게 드러나는 장기인 동시에, 그 변화도 우리가 가장 먼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기관이다. 피부의 수명을 관리한다는 스킨 롱제비티의 개념이 학문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그 정점에 바로 역노화 연구가 자리잡고 있다. 물론 아직은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고, 성급한 낙관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노화를 어쩔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젊어지는 이야기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가고 있는 셈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갈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