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집값만 보는 정부, 지방 부동산 위기는 눈 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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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에 가려진 입주 지연, 지역 경제 위협
수도권·지방 시장 달라, 맞춤형 대책 내놔야

부산 아파트 단지.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아파트 단지.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주택시장에 미분양 통계로는 잡히지 않는 잠재적 부실이 누적되고 있다. 수분양자가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입주가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준공 후(악성) 미분양이 쌓인 데다 분양된 물량마저 입주가 지연되자 건설업계는 자금난에 빠지고 일부 업체는 부도설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현장에서는 대출 제한과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에 지방 다주택자에게 불리한 세제 때문에 지방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호소한다. 수도권 부동산 대책이 5번 나올 동안 빈사 상태의 지방을 살리는 정책은 전무한 탓도 크다. 정부와 부산시는 미분양뿐 아니라 수분양자조차 입주하지 못하는 실태와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는 올 3월 입주 기간이 끝났지만 아직 100여 세대가 이사를 미루고 있다. 해운대구의 다른 아파트에서도 상당수 수분양자가 잔금을 치르지 못해 지난 6월 입주 시기를 놓쳤다. 기존 주택은 팔리지 않고, 잔금 대출도 받지 못해 현금을 융통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주 지연과 계약 해지가 발생하면 건설사는 잔금을 못 받고 협력업체는 대금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부실해지면 결국 금융기관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신축 아파트 입주 불발은 개인적 고난에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뇌관이 된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9월 말 기준 부산 미분양 아파트는 6928세대로 전월 대비 666세대 줄어들었다. 악성 미분양도 2455세대로 전월 대비 514세대 감소했다. 그런데 미분양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입주 지연 사례가 늘면서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지방 부동산 침체의 원인을 대출 규제 하나에만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기존 주택의 매각과 분양 잔금, 세입자의 전세자금 모두가 금융과 연결되어 있다. 서울의 집값 불안을 잡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지방의 수요 위축과 악성 미분양 해소에 수도권과 동일한 처방전을 들이대면 안 된다. 현장에서 “서울을 때려잡으니 지방만 죽어난다”는 푸념이 왜 나오는지 새겨야 한다.

지방 주택시장의 위기는 건설업을 넘어 고용과 지역 금융까지 흔들 수 있다. 정부는 수도권 집값 안정에 쏠린 정책의 시야를 지방으로 넓혀야 한다. 침체가 심한 지역을 별도로 진단하고 주택시장 위기지역 지정 등 선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실거주 수분양자에게는 상환 능력과 지역별 시장 여건을 고려한 금융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산시도 단지별 입주 지연과 사업장별 자금 상황 파악에 나서야 한다. 금융기관과 함께 사전에 위험 요인을 점검해 연쇄 부도를 막는 것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수도권 집값 안정과 지방 주택시장 위기 대응을 함께 추진할 지역별 맞춤 대책을 즉각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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