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무형유산 전통공예기술 소멸 위기
연관장·염색장 보유자 사망으로 해제
장도장·징장·두석장 보유자 공석상태
경남연구원토론회서 이현주 씨 발표
경남연구원이 27일 경상남도 무형유산 개인종목 전승 현황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이재희 기자
경남의 얼과 예술을 대표하는 전통공예기술이 보유자 사망이나 이수자 부족 등으로 소멸 위기에 놓였다. 그럼에도 장기간 공석인 보유자 심사가 지연되고, 보유자 공백 시 전승자 교육 기간이 인정되지 않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남연구원은 지난 26일 ‘경상남도 무형유산 개인종목 전승 현황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현주 범어사성보박물관 부관장은 “경남은 전통공예기술이 사라지는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의 무형유산은 모두 41개 종목으로 이 중 개인 종목은 총 7개(장도장(전통 칼)·징장·소목장·두석장(목가구 금속 장식)·매듭장·함양방짜유기장·한지장)다. 과거 지정됐던 연관장(곰방대)과 염색장은 보유자 사망으로 이미 무형유산 종목에서 해제된 지 오래다.
이 중 장도장, 징장, 두석장은 현재 보유자가 공석 상태다. 특히 두석장(진주)은 7년째 보유자가 공백인 데다 전승자가 1인뿐이어서 전승 단절 위험이 가장 크다. 장도장(진주) 역시 20년째 보유자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징장(거창)은 보유자 별세 후 현재 보유자가 없는 데다, 6명이 1조로 일하는 집단 공정임에도 활동 인원이 부족해 공정이 변형될 우려마저 제기된다. 소목장(진주·산청)은 경남에서 유일한 복수 보유자 체제(3명)이나, 산청 지역은 활동 기반이 부족하고 수익성이 낮아 신규 전승자 유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매듭장(창원)은 단독 전수관을 갖추고 있으나 지정 후 19년 동안 이수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함양방짜유기장과 한지장(함양)은 전용 시설과 후학 양성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고된 작업 강도 등으로 이수 희망자가 적어 행정·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현행 전승 체계는 보유자가 중심이 돼 전수교육과 이수 심사를 거쳐야 하므로, 보유자가 없으면 법정 전수교육이 불가능하고 후속 세대 양성이 막히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보유자가 있는 종목의 사정 역시 위태롭다. 대부분 70~80대 고령인 데다 보유자와 이수자를 잇는 중간 전승층(전승교육사)도 턱없이 부족하다. 개인 종목의 평균 전승자는 4.6명으로 도 전체 무형유산 평균(15.3명)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총 7개 종목의 전승자는 보유자 6명, 전승교육사 3명, 이수자 23명을 포함해 총 32명에 그친다.
이뿐만 아니라 개인 종목은 단체 종목과 달리 별도의 전수교육 경비가 지원되지 않아, 보유자가 사비로 재료비를 부담하거나 공모사업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징장과 함양방짜유기장은 다수가 협업하는 집단 공정임에도 ‘개인 종목’ 제도로 묶여 있어 협업 인원이 부족하면 기술 재현이 불가능해진다. 지역 편중도 뚜렷하다. 진주(11명), 거창(9명), 함양(7명), 산청(4명) 등 서부경남에 31명이 집중되어 있으며, 동부경남에는 창원의 매듭장 보유자 1명만 있어 지역 간 불균형이 심각하다.
이현주 부관장은 “경남의 소중한 무형유산을 제대로 전승하려면 장기간 공석인 보유자 인정 심사를 조속히 매듭짓고, 보유자 공백 기간에도 전승교육사가 실시한 교육을 인정하는 예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신규 종목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고령화된 보유자의 제조공정 전반을 영상·도면·데이터로 시급히 기록해 교육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