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첫 비만약 한미약품 ‘에페’ 처방 시작
29일부터 일부 의료기관 처방
수입 마운자로·위고비에 도전장
가격 경쟁력 앞세워 시장 진입
한미약품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 한미약품그룹 제공
한미약품이 개발한 국산 첫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가 본격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가운데 국내 비만약 시장에 안착할지 주목된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에페는 이날부터 일부 의료기관에서 처방이 이뤄진다. 한미약품은 지난 22일 에페를 공식 출하했다.
에페는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 45호다. 주 1회 맞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로, 당뇨를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과체중 환자에게 투여된다. 용량은 2mg부터 10mg까지 5종이다. 2mg에서 시작해 차츰 용량을 늘려 마지막에는 10mg을 투약한다.
에페의 등장으로 마운자로, 위고비 등 수입 제품 중심이던 비만약 시장 구도가 흔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미약품이 가장 먼저 내세운 차별화 포인트는 저렴한 가격이다. 공급가는 2mg 2만 4200원, 4mg 4만 700원, 6mg 5만 7200원, 8mg 6만 9300원, 10mg 7만 4800원으로 책정됐다. 저용량에서 시작해 고용량으로 올라가는 투약 방식에 맞춰 용량이 높을수록 가격도 오르는 구조다.
첫 4주 공급가는 12만 9800원이다. 27만 원인 마운자로보다 약 52%, 21만 원인 위고비보다 약 38% 낮다. 유지 단계에서도 경쟁 제품보다 17~19%가량 저렴하다. 공급가인 만큼 환자가 실제로 내는 비용은 이보다 다소 많을 전망이지만 가격 문턱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에페는 비급여 전문의약품으로 회사의 공급 가격이 환자가 실제 의료기관에서 부담하는 최종 비용과 동일하지는 않다”며 “환자 부담 금액은 의료기관의 진료·처방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의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는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다. 국내 환자에게서 직접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점을 앞세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에페 임상 3상은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다만 체중 감량 효과는 에페의 약점으로 꼽힌다. 에페 투여군의 40주 평균 체중 감량률은 9.02%로, 대표 임상에서 위고비(14.9%)와 마운자로(20.9%)가 보인 수치보다 낮다. 감량 폭만 놓고 보면 마운자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효과보다 비용 부담을 중시하는 환자를 얼마나 끌어오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효과는 다소 떨어져도 가격 부담이 절반 수준이라 장기 투약 환자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라며 “초기 처방 반응이 시장 판도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