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GB 풀어 주택공급, 균형발전은 포기하자는 건가
서울시도 반대한 방안 경기도에 적용
무한정 택지 공급으로 무얼 지향하나
수도권 아파트 값을 잡기 위해 아파트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명목으로 정부가 또다시 그린벨트(GB) 해제 방안을 발표했다. GB 해제를 통한 택지 공급이 아파트 값을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숱한 논란이 있어 왔지만 정부는 조자룡 헌 창 꺼내 쓰듯 또다시 그 카드를 빼들었다. GB 해제 대상은 모두 서울 경계로부터 5km 이내에 위치한 경기도의 교통 요충지로 꼽힌다. 세금과 금융 규제 중심의 정책만으로 수도권 아파트 값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깨달은 정부의 고육책으로 보이지만 이를 지켜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수도권 블랙홀 구심력만 더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해서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신규 택지를 조성해 수도권에 총 10만 39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8·13 주택 신속 공급 방안에서 언급한 신규 주택공급 규모보다 더 늘어난 것은 경기도의 GB를 해제하는 방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김포시, 구리시, 하남시, 의정부시, 고양시 등의 GB 6곳이 대상이다. 해당 그린벨트 해제로 공급될 신규 주택규모만 7만 6700가구에 이른다. 국토부는 해당 지역이 이미 훼손돼 환경적 보전가치가 낮은 GB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계획 수립 과정에서 서울시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서울 지역은 GB 해제가 무산된 점에서 보듯 GB 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GB 해제에 대한 비판은 녹지 보존 등의 이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GB 해제를 통한 택지 공급이 선행 정책으로 실시된 바 있기에 그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 면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중 수도권에 소위 ‘반값 아파트’로 불린 32만 가구 규모의 보금자리 주택공급을 목표로 GB를 대거 해제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공급된 아파트들은 결국 분양가의 4배까지 뛰며 당첨자에겐 로또가 되고 말았다. 아파트 값 안정이라는 목표도 제대로 달성하지 목하고 GB 해제만 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번 GB 해제에 대해서도 주택공급으로 인해 아파트 값이 안정되리란 기대감이 그다지 크지 않은 이유다.
수도권 GB 해제에 대한 비판은 정부의 정책 지향점이 무엇인지로 귀결된다. 수도권 대규모 신규 아파트 공급 정책은 거의 모든 정권에서 반복되다시피 했지만 매번 더욱 심화한 수도권 집중과 아파트 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교육과 일자리, 자본 등으로 상징되는 가치들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구심력을 방치한 채 아파트 값 타령만 해 왔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이전 등을 서둘러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원심력을 키우자던 이번 정부가 수도권 GB 해제를 택한 것은 그래서 더욱 낯설다. 규제 중심 부동산 정책의 한계로 인해 수도권에서 역풍이 분다고 대뜸 GB 해제를 통한 무한정 택지 공급에 나선다면 정부의 정책 일관성을 누가 믿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