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자연의 친구] <4> 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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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통에 좋다' 무분별 남획, 붉은박쥐 멸종위기 1호 지정

뒷발이 크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큰발 윗수염 박쥐'.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며 비교적 흔한 종이다.

땅거미가 내리 깔리는 저녁무렵 음습한 폐가 지붕 밑에 숨어있다 나와 마을을 날아다니던 박쥐.

서양의 이솝우화 속에서 새도 아니고 쥐도 아닌 간사한 동물로 그려진 탓일까,으스스한 흡혈박쥐의 공포스러운 이미지 탓일까. 하늘을 맘껏 날아다니는 유일한 포유류 박쥐는 요즘 사람들로부터 부당하게 푸대접을 받고 있는 자연의 한 구성원이다.

예전 우리나라나 중국에선 성스로운 동물로 여겨 장롱 문갑 등에 박쥐 문양을 새겨 건강과 부귀 장수 등을 기원하기도 하고 여성들의 노리개.자개장 무늬로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 '동굴의 왕자' 박쥐가 인간들의 계속되는 동굴개발 등 서식지 파괴 행위와 먹이 감소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박쥐는 자연동굴 외에도 바위 틈새,폐광 터널,방공호,하수관 등 인공 동굴이나 낡은 집 처마,천장,큰 고목나무 구멍 등지에서 서식하는데 70년대 중반만해도 많던 목조 기와집들이 슬레이트와 콘크리트 주택으로 바뀌고 천연림이 계속 감소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숫자가 급격하게 줄었다.또 농약이나 중금속 같은 오염물질에 오염된 먹이를 계속 섭취,체내농축 피해를 본 것도 개체수 감소의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위협적인 요소는 모든 생물들의 무서운 천적인 인간.

박쥐가 신경통에 좋다거나 정력에 좋다는 근거없는 속설에 따라 몇십~몇백마리씩 대량으로 포획하는가 하면 겨울잠을 자고 있는 민감한 박쥐들을 깨워 봄이 되기도 전에 죽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일명 황금박쥐로 불리는 붉은 박쥐는 환경부가 지난 98년 멸종위기 동물 1호로 지정했던 세계적인 희귀종.실제 지난 99년 전남 함평군 폐광에서 87마리가 집단 발견돼 화제가 됐으나 TV 촬영으로 큰 위협을 줘 학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붉은 박쥐가 깨어나면 6개월간의 동면기간을 유지시켜주는 체내지방이 대량으로 소모돼 죽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일반적으로 박쥐는 모기같은 해충 제거나 꽃가루받이 역할 외에 배설물(구아노)이 화약과 폭발물의 제조에 사용되는 초석의 중요한 공급원이 되는 등 일상생활과도 밀접한 동물이다.미국 서부개척시대에는 새집처럼 나무에 박쥐탑이라는 집을 만들어 번식을 촉진시키기도 했다.

비상력이 약한 박쥐는 새가 없는 야간에 굴 밖으로 나와 먹이를 잡아먹는데 과일,꽃,나뭇잎,곤충,개구리,물고기,작은 포유류,파충류를 주로 먹는다.야행성 동물 박쥐가 어둠 속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초음파 덕분.박쥐의 초음파는 조금씩 차이가 나 밖에서 돌아온 어미가 자신의 새끼를 쉽게 알아보기도 한다. 성영아기자 sya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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