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 조론 / 승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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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화가/

'조론(肇論)'의 저자 승조(384~414년)는 중관불교를 중국에 전파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중관불교를 중국에 전한 고대 중앙아시아 쿠처에서 온 쿠마라지바의 수제자이기도 하다. 중국 불교의 본격적인 인도 불교사상 이해는 쿠마라지바와 그의 학파의 노력으로 시작됐다. 격의불교 시대의 중국에서 쿠마라지바는 '반야경''유마경''대승경론'과 나가르주나의 '중론' 등 300여권의 산스크리트 경전을 중국어로 옮겼다. 그의 손길에서 동아시아 불교권의 기초가 닦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대가의 문하에서 위진남북조 400년간의 격의불교에 종지부를 찍고 불교 해석의 선두를 잡은 사상가가 승조이다.

쿠마라지바를 알기 전에 승조는 이미 명망있는 저술가로서 명성이 높았다. 그는 고전에 능통했으며 도가의 형이상학에 심취해 있었다. 현학적인 노장의 허무사상이나 격의불교의 이설로는 죽음과 정신의 문제를 밝히기에 문제가 많음을 회의한다. 그후 '유마경'을 읽고 출가를 결심하는데 그때의 나이가 스무 살이다. 승조는 쿠마라지바를 통해서 대승불교의 철학적 깊이에 대한 훈련을 받게 된다. 승조의 방대한 중국 고전 이해와 유례없는 문장력은 스승의 역서에도 크게 기여한다.

20대의 나이로 경지에 오른 승조는 중국철학사상 아주 뛰어난 저작의 하나인 '조론'을 쓴다. '조론'은 불타의 해탈론을 이해하는 아주 중요한 논서 중의 하나이다. 그 핵심은 공(空) 사상에 바탕하고 있다. 공 사상은 불교철학이 낳은 가장 난해한 사상이며 혼돈의 결정체이다. 공은 개념적 사유와 언어의 분별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정의되거나 결론할 수 없는 공은 개인의 초인적 지력의 문제이다. '조론'을 읽은 이들이 분명히 정독하여 세월 속에서 사유한다면 불타의 49년 엑기스를 얻게 될 것이다.

'조론'의 대략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물불천론(物不遷論)'은 인간의 의식을 논하는 시간 공간의 비실재성을,'부진공론(不眞空論)'에서는 격의불교의 오류를 지적하고 진리의 실상이 공(空)임을 말하고 있다. '반야무지론(般惹無知論)'에서는 직관을 체득한 사상가의 적멸된 공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이 논의는 후대의 '돈오설'에도 영향을 주게된다. 또한 스승의 공 사상 체계가 가장 완전한 의미에서의 해탈론임을 알게 된다.

승조의 '조론'은 나가르주나의 교설 구조를 계승하며 해탈관을 제시하는 체계이다. 승조는 31세의 젊은 나이로 누명을 쓴 채 생을 마감한다. 중국이 낳은 불세출의 이 천재는 짧은 생이었으나 불멸의 흔적을 남겼으니 그것이 '조론'이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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