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성의 미술이야기] 요셉 보이스의 코요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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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코요테 상징적으로 내세워 문명세계 패권주의 은근히 조롱

현대미술의 신화적 인물 요셉 보이스. 그는 카리스마적인 용모에 걸맞게 펠트천 중절모자와 군복과 조끼,청바지 차림에 부츠를 신고 언제나 사람 많은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 예술은 물론 사회문제에 대한 연설이나 토론을 자청한다. 그가 미술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얼굴에 금박을 칠하고 죽은 토끼를 품에 안고 주문을 외듯 토끼에게 그림을 설명하는 3시간의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1965년 독일에서 펼치면서부터이다.

청년 시절 나치 전투조종사로 2차 대전에 출격,러시아 상공에서 격추당해 눈밭에서 사경을 헤매게 된 그는 그 지역 타타르인의 원시적인 민간요법으로 기적적으로 소생하게 된다. 이것을 예술가 출발의 통과의식으로 간주하면서 그는 삶과 행위 그 자체가 예술이고 예술행위를 통해 문명으로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된다. 타타르인이 요법으로 그의 몸에 발라 주었던 기름덩이와 몸을 감싸 주었던 펠트천 담요는 이후 그 자신이 벌이는 예술행위에서 뺄 수 없는 상징적 소재와 재료가 된다. 샤머니즘의 주술행위를 상기시키는 갖가지 설치작업과 퍼포먼스로 그가 세계 미술계에 일약 명성을 떨치게 되자 1974년 그때까지 독일과 소원한 관계에 있던 미국 화랑가에서 그에게 초청장을 보내게 된다. 선뜻 초청에 응한 그는 펠트담요로 자신의 몸을 둘둘 만 채로 독일공항을 떠나 미국공항에 도착,그곳에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에 그대로 실려 뉴욕 르네블록 화랑에 도착하자마자 화랑 측이 미리 마련해 둔 화랑 내 동물우리에 들어가 그곳에 이미 갇혀 있던 늑대 코요테와 낯선 만남을 갖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수도사처럼 얼굴까지 펠트담요를 뒤집어쓴 그는 갈고리 지팡이로 낯선 침입자에게 경계심을 풀지 않는 코요테를 집적거린다. 3일간 지속된 이 퍼포먼스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계심을 푼 코요테는 낯선 이방인과 잠자리를 같이함은 물론 밖에서 매일 넣어주는 월스트리트저널 신문뭉치에 방뇨도 하게 된다.

'나는 미국을 좋아하고 미국 또한 나를 좋아한다'는 요셉 보이스의 이러한 퍼포먼스는 인디언이 숭배하는 동물 코요테를 상징적으로 앞세워 이를 변방으로 밀어붙이는 문명세계의 패권주의를 조롱함과 동시에 대지를 어머니 삼아 자연의 형제로 사는 인디언의 본질적 삶을 은근히 촉구하고 있다. 미술평론가·부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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