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을수록 기괴한…실험극 '멸망과 새로운 생명'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연극·무용·미술의 장르 연대

젊은 배우들이 그로테스크 미학을 맛볼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20~30대 배우들의 단체 '배우,관객 그리고 공간'(배관공)은 30일까지(오후 7시30분) 부산 동래구 명륜동 열린소극장에서 실험극 '멸망과 새로운 생명'을 공연한다. 창단 1년을 맞은 배관공의 두 번째 작품. 독일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희곡을 무대화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매우 생소한 연극이다.

난해한 해석과 기괴한 표현방식을 지닌 이 작품은 논리적 서사구조가 아닌 상징과 실재가 혼합된 모호한 구조를 띤다. 비극적이고 우스꽝스런 공간인 지구에 한 이방인이 도착한다. 이방인은 보편적인 인간의 한 전형을 의미한다. 그는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헤매면서 기괴한 인간 군상을 만난다. 이곳을 벗어나려는 소년과 어느 군인의 아이를 배고 이미 정신을 놓아버린 소녀. 그들은 전쟁 고아나 난민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차마 혼을 놓지 못한 시체들은 이방인을 친구로 맞이해 춤을 추고 논다. 이어 그는 영원한 어둠속의 여인이자 창녀인 노레를 만난다. 이방인은 그녀와 잠을 잔 뒤 운명에 따라 그녀를 총으로 쏜다. 이방인은 세상을 헤매다 장군의 지하벙커 속으로 들어간다. 세상을 파괴할 기계를 발명해 놓고도 세상에서 잊혀져 가는 장군. 절대권력자를 상징하는 그는 자신의 허망한 권력과 권위를 이방인에게 남긴 채 자살을 한다. 이방인도 나중에 총을 맞고 죽음을 맞이한다.

타 장르와의 연대를 꿈꾸는 배관공의 지향점이 작품 속에 녹아 있다. 정만영,장숭인,최규식 등 설치·영상 미술가들의 작품이 무대의 오브제로 등장한다. 새장 안의 금붕어,첼로 안의 나비,나비 모양의 얼굴 형상은 그로테스크 미학의 묘미를 선사한다. 배우들의 움직임 표출은 연극과 무용의 융합을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유재명은 "전쟁과 바이러스가 들끓는 뒤틀린 세계에 대한 현대인들의 의식의 단면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뒀다"고 했다. 움직임 연출 윤지은. 출연 강원재,장기훈,백선우,손남숙,김우석,안성혜,박상연,윤소율,김우석 등. 051-555-5025. 김상훈기자 neato@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