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올림픽,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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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두수 인제대 교수·국제통상학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을 마음 졸이며 지켜보았다. 실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올림픽 수영 자유형에서 아시아인이 금메달을 딴 것이 1936년 베를린대회 남자 자유형 1,500m에 출전했던 데라다 노보루 이래의 경사라 한다. 미국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가 이번 올림픽에서 장담한 대로 8관왕을 달성했는데, 반면 우리는 금메달 1개, 그것도 아시아에서 72년만에 따면서 이처럼 마음을 졸여야만 했던가? 올림픽의 환희와 좌절을 바라보는 시선 이면에 깔린 구조적 허점을 떨칠 수 없다.

올림픽의 구조적 허점

첫째, 개최 의도의 변질이다. 올림픽을 유치할 때 개최하는 도시와 국가의 위상이 제고되고 경제적 이익이 얼마나 되느냐는 계산이 앞선다. 피에르 쿠베르탱이 주창한 올림픽정신,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올림픽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개막식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올림픽의 슬로건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과는 달리 '중화주의의 위대한 부흥'을 보여준 순간으로 평하였다.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秦)나라 시황제 시대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영웅'의 장이머우 감독을 내세워 '21세기의 영웅'으로 부활하는 중국을 보여주었다. 국가위상의 제고와 국익을 위해 올림픽을 개최한다면, 개최하지 못하는 국가는 그만큼 초라하게 될 것이 아닌가. 상업화가 올림픽의 정신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있거니와, 이러고서 어찌 국제 평화의 증진이 가능하겠는가. 올림픽이 국제테러의 대상으로 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둘째, 종목 채택의 편파성이다. 베이징올림픽에 시행되는 정식 종목이 28개이며 세부 종목 302개인 바, 이중 상당수가 강대국에 유리한 종목이다. 예컨대, 수영은 풀장을 지닌 부자들이, 그리고 승마와 사격은 서양 귀족들이 사냥하면서 개발한 것으로서 이 역시 부국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이러한 종목에 가난한 흑인 선수가 잘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아울러 농구, 배구, 핸드볼, 달리기, 높이뛰기의 경우 장신자인 서구인이 절대 유리하다. 애당초 종목이 불공정하게 채택되어 있는 게임에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비록 그 인구가 적다 하더라도 동양인과 흑인이 강점을 가지는 종목을 과감하게 정식 종목으로 채택해야 한다.

셋째, 종목별 메달수의 불균형이다. 앞에서 언급한 올림픽 강국의 우세 종목에 메달이 많이 책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이다. 베이징올림픽의 경우 육상에 47, 수영에 46, 사격에 15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는 양궁에는 남녀 단체전과 개인전 등 4개에 불과하다. 마라톤의 경우 42.195㎞나 되는 거리를 2시간여 동안 달려 1개의 금메달을 따게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달리기 종목을 100, 200, 400m 등으로 세분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들을 단거리경주 1종목으로 통합해야 하지 않을까. 수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경영종목이 자유형, 배영, 평형, 접영 등 영법 별로, 그리고 100, 200, 400m 등 거리별로 나뉘어져 있다. 펠프스가 8관왕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도 단거리 경영 1종목으로 통합해야 한다.

공정한 여건 마련돼야

올림픽을 두고 인류가 만들어 유지하고 있는 제도 중 가장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라고 평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양에서 질이 나온다'라는 말이 있거니와, 13억 인구로 부터 선수가 선발된 중국과 5천만이 채 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쟁부터가 문제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경우 202개 참가국중 동메달 1개 이상을 딴 나라가 75개에 불과하다. 많은 나라가 소외감과 무력감만 느낀 채 들러리를 선 셈이다. 이런 나라와 국민들에게 "올림픽의 의의는 참가하는 데 있다"라는 말이 실감나게 들릴까.

오랜 역사에 걸쳐 정립되어온 올림픽을 두고, 이 시점의 잣대로 재단하기는 무리인지 모른다. 강대국의 질서가 지배하는 한, 현행의 올림픽이 '인류가 화합하는 장'이 되기 어렵다. '인류의 대제전'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가 참여하고 공정한 여건에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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