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중남미 음악 세계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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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소울/박창학

흥겨운 리듬의 보사노바 음악을 만들고 전 세계에 알린 브라질의 두 거장 조앙 질베르토(가운데 왼쪽)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오른쪽). 사진제공=바다출판사

# 1957년 브라질.

극도로 예민하고 은둔적인 청년 하나 있었다. 그가 하는 일? 아파트 욕실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기타만 치는 것이다. 손가락은 밥 먹을 때 빼곤 쉴새 없이 기타줄 위로 찰랑찰랑. 새로움은 늘 엉뚱과 비범에서 오는가 보다. 이게 바로 '보사노바'의 탄생기다. 세계 대중음악사를 전대미문의 흥취로 물들인 바로 그 리듬.

라틴음악 정치·문화적 배경 소개
쿠바 등 '3국 뮤직' 세심하게 조명


보사노바(Bossa Nova)는 말 뜻 그대로 재즈를 가미한 '새로운 경향'. 그리하여 재즈에 끼친 영향이 막대하다. '노력의 음악'이 아니라 '무위의 음악'이라는 것. 강박이 없으므로 유토피아의 아득한 향기가 흐른다. 비밀의 리듬을 캐낸 천재 청년의 이름은 조앙 질베르토, 천재를 알아보고 보사노바를 세상에 퍼트린 이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 반도네온이란 악기가 있다.

아코디언처럼 생겼지만 다르다. 19세기 독일에서 종교음악용으로 만든 이 악기, 1910년께 물 건너 아르헨티나에 온다. 이것 역시 세계음악사의 결정적 장면. 우수와 정열의 음악을 탄생시킨 반도네온과 탱고의 운명적 결합이다.

그 중심에 연주가요 작곡가인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있다. 1987년 뉴욕공연 실황을 담은 음반에 실린 그의 육성. "반도네온의 일생이 바로 사람과 사물의 한 일생 같습니다." 반도네온이라는 악기와 탱고와의 운명적인 만남에서 그는 이미 삶과 세상의 굽은 단면을 보았던 거다. 나이트클럽, 카바레 같은 데 연주되었던 탱고. 뉴올리언스 재즈와 마찬가지로 밑바닥의 것이었다. 처음에는 고결하지 않았으나 나중엔 고결한 음악이 되었다는 것. 성과 속을 넘나드는 탱고가 강렬하면서 슬픈 빛을 띠는 건 그런 이유다.

# 작은 섬나라 쿠바.

한반도 면적의 절반 크기, 인구는 우리나라의 4분의 1 수준. 그러나 음악으로 세계에 미친 영향은 전지구적 규모다. 1930년대 '룸바', 1950년대 '맘보'와 '차차차', 최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새롭게 주목받은 '손', '손'을 기반으로 한 '살사'…. 헤아리기 힘든 리듬들의 풍성한 보고, 쿠바음악의 마력은 몸이다. 육체로써 빚어내고 다시 각인한다. 그 몸의 용광로 안에 고전-민속-대중 음악 따위 많은 것이 자연스럽게 뒤섞인다.

'라틴소울'(박창학 지음/바다출판사/2만2천원)은 중남미라는 미지의 음악 신대륙에 첫발을 디딜 이들을 위한 나침반 같은 책이다. 위에 언급한 내용들은 모두 다섯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주요 장면을 미리 그려본 것.

저자는 첫 장에서 월드뮤직이나 라틴음악 혹은 제3세계 음악에 대한 정치·문화적 배경을 알려준 뒤 2·3·4장을 통해 각각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쿠바 3국의 음악들을 세심하게 살핀다. 다양한 장르와 뮤지션 및 역사적 배경, 음악 운동 등 내용도 다채롭고 시선도 깊다. 마지막 5장은 CD 보관법, 월드음악을 위한 외국어공부 혹은 인터넷 사이트 정보 같은 가벼운 읽을거리다. 각 장의 끝에 붙은 앨범 가이드가 유용하다.

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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