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스페이스 배' 작가 그들이 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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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임 작가의 작업실을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제공=오픈스페이스 배

배 수확이 한창이었다. 도심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부산 기장군 일광산 중턱의 오픈스페이스 배. 배밭 한 가운데 축사를 개조한 작업실에 언어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른 중국 대만 일본 한국의 작가 9명이 살을 부대끼며 좌충우돌하고 있는 중이다.

9명의 작가 재미있는 대화 속 프로젝트 구상
26~27일 작업실 공개 '오픈 스튜디오'행사


오픈스페이스 배의 2009 국제레지던시 프로그램. 지난 19일 오후 이곳에서 작업실을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 행사'가 열렸다.

인천에서 온 김순임. 물풀로 흰실을 길게 붙여 수평선을 만들고 있는데, 하루 종일 작업해도 높이 1㎝가 고작이다. 그런 작업 속에서 다른 작가와의 만남은 청량제다. "배가 고파서 쌀을 씻고 있으면, 누군가는 국을 끓이고, 또 다른 누구는 양파 볶음을 만들고, 또 다른 누구는 과일을 깎아서 근사한 상차림이 되지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작업 방향이 잡히기도 했다. 종이상자로 노숙자의 집을 만들기로 한 대만작가 첸칭야오가 그랬다. 첸칭야오의 방은 창문이 크고 방이 넓어서 추웠다. 노숙자 체험을 하듯 실내에서 종이상자로 집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농담이 오갔다. 말이 말을 받았다. "이왕 지을거면 근사하게 짓지. 백악관처럼 말야." "내가 오바마처럼 분장하고 사진을 찍으면 어떨까?" "이왕이면 세계 각국 정상들의 집을 만들지. 럭셔리한 집을 종이로 만들고 대통령 복장을 하고 사진을 찍는거야." 첸칭야오는 뉴욕에서 김순임과 함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우연처럼 이곳에서 다시 만났다.

대전 출신 작가 홍원석. 유년의 기억을 그림으로 옮겼던 그의 그림이 확 달라졌다. "여기 들어와서 울기도 하고, 후회도 많이 했어요. 인터넷도 안되는 산 속에 들어와 있나 해서지요.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지면서, 낭만이란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의 추억이란 맥락에서 벗어나 사회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그림으로 바뀐 거죠." 오픈스페이스 배는터닝포인트가 되는 공간이라고 했다.

중국 작가 첸궝은 한국 작가 이가영과 한방을 쓰고 있다. 천안문 사태 경험을 작품의 소재로 불러낸 첸궝과 추상 그림을 그리는 이가영은 작품 세계가 완전히 다르지만, 죽이 잘 맞았다. 첸궝은 "서로 감지할 수 없는 걸 봐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둘은 이날 오픈스튜디오를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함께 중국식 카레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26~27일에도 오픈스튜디오 행사가 열린다. 051-724-5201. 이상헌 기자 t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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