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우리 브랜드] 덕화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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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의 본향은 부산"… 일본 찍고 국내 도전

덕화푸드는 지난달 일본 센다이 지역 지진 피해 합숙소에 자사의 명란 한 컨테이너분을 무상 지원했다. 1억1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은 덕화푸드와 수입업자가 절반씩 부담했다. "우리 일본 측 거래처 세븐앤아이홀딩스도 이번에 계열사 직원이 열 명 넘게 사망했다고 해요. 합숙소 배급 주먹밥을 만드는 데 쓰이겠다 싶어 명란을 보냈습니다." 장석준(66) 대표이사는 "눈물날 만큼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다.

부산의 명란 전문기업 덕화푸드는 지난 2009년부터 일본 최대 소매체인 세븐앤아이홀딩스와 독점 계약을 맺고 전국 8천여 개 매장에 PB 상품 명란을 독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 금액은 1천500만 달러. 지난해 전국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PB 상품 2위로도 뽑혔다. 일본 명란 시장에서 당당히 1.2%를 점유한다. 우리의 김치만큼이나 명란을 사랑하는 일본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 이룬 성과다.


日 시장 1.2% 점유… 8천여 매장 납품
위생 최우선·국내 농수산 홈쇼핑 론칭


덕화푸드의 시작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수산, 삼호물산에서 수산물 가공 생산 이력을 쌓은 장석준 대표이사가 삼호물산 부도 이후 남은 생산 직원 40여 명을 모아 덕화푸드를 설립했다. 초기에는 명태포, 가자미 가공식품 등을 일본에 생산, 수출했다. 2004년에 이미 명란 단일 품목으로 국내 최대 1천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두 번의 전기가 있었다. 2002년부터 명란에 집중하기로 하고, 명란 원료 구매에 직접 뛰어들었다. 그 전에는 원료를 공급받아 가공만 했다. 원료 구매와 판매를 동시에 하면서 가격 결정력과 함께 품질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이때부터 염도를 5도 이하로 낮춘 저염명란이 덕화푸드의 상징이 됐다. 염도가 8~15도까지 치솟는 재래식 명란젓갈과 차별화된 맛이 일본인과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파고들었다.

또 한 번의 기회는 2009년에 찾아왔다. 기존 일본 거래처가 독자 생산 라인으로 독립할 즈음 기존 중국 거래처와 결별하고 새로운 거래처를 찾던 세븐앤아이홀딩스와 인연이 닿았다. 관건은 위생이었다. 위생팀이 깐깐하게 검사한 결과 92점을 받았다. 2007년 장림동에 공장을 마련하면서 일찌감치 해썹(HACCP, 식품 위해요소 중점 관리제도) 인증을 받은 것이 도움이 됐다.

"일본 내 공장도 75점을 넘기기가 힘들다면서 놀라더라고요." 수산대(현 부경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장석준 대표이사는 설립 당시부터 직원들에게 "첫째도 위생, 둘째도 위생, 셋째도 위생"을 늘 강조한다고 했다. 바구니에 명란을 쌓던 공정을 회전초밥에서 힌트를 얻어 컨베이어 자동 공정으로 바꿔서 품질과 능률을 함께 높인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덕화푸드의 매출은 95%가 수출에서 나온다. 국내 판매는 2005년부터 기업체 명절 선물세트를 중심으로 점차 시장을 늘리고 있다. 일본 제품이 보급형이라면 국내에서 덕화푸드의 이름으로 판매되는 제품은 최고급형이다. 5도 이하 저염은 동일하되 맑은 청주로 비린내를 잡고, 색소와 방부제를 일절 쓰지 않는다.

"국내 수산 대기업이 제품 개발을 게을리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명란 자체가 낯선 상황입니다. 이르면 이달 말 농수산홈쇼핑 방송을 론칭해 입맛에 맞고 건강에도 좋은 저염 명란을 널리 알릴 겁니다." 상반기 내에 홈플러스 일부 매장에서도 시범 판매를 시작한다. "일본에서 고급 명란을 사온 분들도 저희 명란이 더 맛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맛에 대한 자신감으로 5년 내 국내 비중을 30%까지 높이는 게 목표다.

"명란의 본향이 부산이라는 걸 아십니까?" 후쿠오카가 원산지로 알려진 일본 명란 '가라시 멘타이코(고춧가루로 조미한 명란)'는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 일본인 명란 상점 상인이 부산의 명란젓에 착안해 만들었다는 게 정설이다. 장 대표이사는 전세계에서 미국과 러시아 인근 오호츠크해에서만 나고, 일본과 한국에서만 먹는 명란의 전량 입찰이 부산 감천항에서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덕화푸드의 신라대 부설 기업연구소는 명란 스파게티, 명란 김밥 패티 등 명란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명란 고추장은 이미 시판했다. 장 대표이사는 "알알이 아미노산이 가득한 영양덩어리 명란을 비싸다, 위생을 믿을 수 없다는 이미지 대신 늘 가깝게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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