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만 되면 잠 못 이룰 만큼 격한 기침… 왜 이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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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기침이 오래 가는데도 감기려니 하고 넘겨서는 폐렴 등의 낭패를 볼 수 있다. 원인을 면밀히 살펴 대처해야 한다. 부산일보 DB

자영업자 최 모(57) 씨. 고민고민하다 결국은 병원을 찾았다. 고민은 기침이었다. 낮 시간 동안 깨어 있을 때에는 괜찮았는데, 잠자리에 누우면 목이 칼칼해지면서 기침이 났던 것이다. 기침도 그냥 재채기 수준이 아니라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격렬했다. 그러기를 한 달여. 겁이 덜컥 났다. 혹시 폐암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다행히 병원에서는 역류성 후두염이라고 했다. 크게 위험한 건 아니지만 먹고 마시는데 주의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잘 때면 목이 칼칼하고 기침이…

최 씨처럼 요즘 때 아닌 기침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감기와 다른데, 열이 나고 목에 무언가 낀 듯한, 그래서 아프고 쉰 목소리가 난다. 목에 가래가 꽉 끼어서 숨이 막히는 것 같고 아무리 뱉으려고 애를 써도 도저히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 환절기 감기 쯤으로 생각하고 무심히 넘기다가 한 달 이상 기침이 계속되고 가슴까지 답답해지면 그때서야 '심장이나 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우려하며 병원을 찾는다.

위산 역류로 염증 '역류성 후두염'
목 안에 갑갑한 이물감, 가슴도 답답
자기 전 2시간 음식 섭취 삼가야
'상기도 기침 증후군'도 같은 증상
소화·호흡기 복합질환… 정밀 검사를

겉으로 비슷해 보여도 속을 보면 전혀 다른 원인과 증상을 만난다. 다른 증상은 거의 없고 목에 이물감만 있는데 기침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고, 침을 삼키면 코에 있는 가래가 목 뒤로 내려가는 느낌이 있으면서 조금 있다가 목이 간질간질하고 기침이 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목에 심한 자극을 느끼면서 통증과 기침을 일으키기도 한다.

■역류성 후두염, 맵고 기름진 음식 피해야

많은 경우가 역류성 후두염 때문이다. 후두는 목 앞쪽에 있는 기관으로, 소리를 내고 이물질이 기도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염증이 생기는 게 후두염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위에 머물러야 할 위산이 식도 쪽으로 역류해 그 자극 때문에 염증이 생기는 게 역류성 후두염이다. 심할 땐 만성적으로 기침이 나고 목에 통증이 야기되고, 음식을 속으로 넘기기가 힘들다.

역류성 후두염에 잘 걸리는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맵고 기름진 음식과 커피, 술과 담배를 좋아한다. 모두 식도 기능을 약화시켜 위산이 역류하도록 한 것이다. 역류성 후두염을 예방하거나 낫게 하려면 이들을 '삼가라'는 이야기다. 
호흡기 내시경을 통하면 목에 어떤 문제가 있어 기침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메리놀병원 제공특히 역류성 후두염은 잘 때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자기 전에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금해야 한다. 여름철이면 야식이나 밤에 맥주를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최소한 잠자기 2시간 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 증상이 오래 지속될 때 약물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낫는다. 수술은 예외적인 경우다.

■원인 복합적… 초기에 면밀한 검사를

상기도 기침 증후군이란 것도 있다. 콧물이 목 뒤로 내려가는 증상(후비루)에 의해 후두가 자극되거나, 그로 인해 후두에 염증이 생기면서 목 기침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목에 가래가 낀 듯한 이물감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실제로 비염이나 부비동염(축농증)에 의해 생긴 분비물들이 코를 통해 목 뒤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10~15%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대기 오염 때문에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역류성 식도염이든지 상기도 기침 증후군이든지 똑 떨어지게 한 가지 원인만 있다면 좋을 텐데, 잦은 기침과 가슴 답답증을 호소하는 사람 3명 중 1명 이상이 단독 질환이 아닌 소화기·호흡기 복합질환을 갖고 있다. 역류성 후두염 외에도 상기도 기침 증후군, 보다 심각한 경우인 폐질환 등 다른 원인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한 감기약이나 소화제를 먹는 것은 물론 특정 질환 치료만으로는 증세가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화기가 문제인지 호흡기가 문제인지, 두 가지가 다 원인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런 질환은 재발이 잦을 뿐만 아니라 오래 지속되면 폐렴이나 천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초기에 면밀한 검사가 필수적이다.

평소 예방을 위해서는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호흡기 질환은 담배 연기 등으로 인한 탁한 공기에 증상이 악화되기 쉬우므로 주위 환경을 항상 청결히 해야 한다. 면역력이 낮아지면 비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자주 손을 씻고, 급격한 온도 변화를 피하는 한편 규칙적인 식사와 적당한 휴식으로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이 좋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도움말=최익수 메리놀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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