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 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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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 갔다 온, 학교폭력 가해자 동우의 '우정 되찾기'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는 학교 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어린이들의 눈높이로 현실감있게 풀어낸 동화다. 문학동네 제공

'그거 얼마야?'

이 한마디로 모든 게 해결될 듯한 세상. 하지만 알고 보면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상처 입은 친구의 마음, 버려진 양심, 잃어버린 우정…. 이런 것들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동화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는 저승사자의 실수로 저승에 간 아이가 이승으로 건너오기 위해 빌린 노잣돈을 갚아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하지만 그 '노잣돈'은 단순한 돈이 아니다.

주인공은 뜻밖에도 학교 폭력 가해자다. 자신의 힘만 믿고 약한 친구를 괴롭히던 동우.

그날도 준우에게 돈을 빼앗으려고 쫓아가다 달려오는 차를 보고 멈칫했을 뿐인데 뭔가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단짝 태호도, 담임교사도 바로 앞에 있는 동우를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직 저승사자만이 그를 알아볼 뿐. 동우는 검은 버스에 실려 저승으로 끌려간다. 하지만 그건 저승사자의 실수였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노자를 빌려줄 테니 이승에 돌아가면 갚도록 해." 냉큼 제안을 받아들인 동우에겐 49일이란 시간이 주어졌다. 

그러나 '사과와 용서'는 프로젝트처럼 착착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양심에 진 빚을 돈으로 갚을 수도 없었다.

누군가와 화해하고 소통하는 과정은 그 존재를 이해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 이해하려면 마음의 눈으로 눈여겨봐야 한다. 동우와 준우의 깨진 우정은 길고양이를 함께 돌보면서 서서히 복원된다.

제1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초등교사인 저자는 학교 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현실감 있게 풀어내고 따뜻하게 마무리한다.

심사위원들은 "가해자와 피해자인 두 아이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선악으로만 나누기 어려운 사람 마음의 다양한 결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고 평했다. 초등 고학년용. 김진희 글·손지희 그림/문학동네/168쪽/1만 1천 원. 강승아 선임기자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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