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정치권 부산 홀대] KRX 지주사법안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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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반발에 하루 만에 급선회, 법안 폐기 가능성까지

최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가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법률 개정안을 심의하면서 '부산 본사 소재지' 조항을 삭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한국거래소 본사가 있는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 부산일보DB

지주회사 개편 과정에서 한국거래소(KRX) 본사 소재지 조항을 개정안에서 삭제하는 여야 밀실야합과 관련해 정치권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애초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은 민간기업이 될 지주회사 본사의 소재지를 법에 명시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남구갑·정책위 의장) 등은 이 조항을 삭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밀실야합 사실이 부산일보 보도(3일자 1·3면 보도)로 알려지면서 부산의 강력한 반발 여론에 밀려 하루 만에 입장을 급선회했다.

'부산 본사' 누락시킨 정치권
지역 반발에 "조항 살릴 것"

"본사 영리사업 금지 문제
법안 심의서 같이 짚어야"
시민단체, 정치권에 요구

전임 정무위 위원장인 김 의원은 3일 "부산 소재지 조항을 반드시 살리겠다"면서 "금융위원장 등에게 부산 소재지 조항을 개정안에 포함하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법안 폐기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깡통 법안도 바로잡아야

부산 소재지 조항을 바로잡는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여야가 그동안 합의한 내용에는 부산에 본사를 두는 지주회사 본사가 영리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지주회사 본사는 명목뿐인 깡통 회사로 전락한다. 정보사업, 국제사업, 신사업개발 등 현재 한국거래소 본사가 수행하고 있는 핵심 사업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본사는 다만 경영관리 기능만 하는 명목상의 회사로 부산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같은 수익사업 부문은 향후 자회사로 독립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될 경우 이 자회사들의 본사를 부산 이외에 두는 것도 가능해진다.

부산 시민·사회단체들은 법안 심의에서 이 문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산 소재지 조항보다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부산을 세계적인 금융중심지로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부산 정치권이 이 문제를 바로잡는데도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뒤 기업공개(IPO)로 생기는 막대한 상장차익을 공익기금화시켜 부산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도 미리 논의되어야 한다. 현재 거래소가 출연할 공익기금의 규모는 최소 3천700억 원 이상. 기금을 만들 때 목적사업 조항에 '금융중심지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는 식으로 명기해야 부산이 주요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문제는 예전 금융위원회의 거래소 구조개편 방안 마련 초기에 논의되고, 구두 약속까지 했다.

■ 자본시장법 전망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정기국회가 9일까지인 점과 법안을 검토한 숙려기간 5일을 감안하면 정무위원회가 3일에 법안을 처리했어야만 9일 법사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통과 등의 절차를 거칠 수 있었다. 정무위 차원은 논의는 계속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의 입장 선회에 따른 여야 합의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정훈 의원도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 상정된 금융개혁법안 가운데 중요한 법안으로 꼽힌다. 대통령의 관심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조율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12월 중에 임시국회 개최가 유력시되고 있다. 여야는 이때 이 법안도 다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으로 이월될 여지도 남겨져 있다.

그러나 야당이 달라진 여당의 입장을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부산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14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될 가능성도 크다. 총선을 앞둔 정부와 부산 정치권이 부산의 성난 민심을 어떻게 달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정희·천영철·박석호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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