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음주 문화, 和(화합) 아닌 禍(재앙) 부른다
'술 때문에…, 술김에….' 술에 취한 탓에 이뤄지는 사건·사고들이 날로 위험성을 더해가고 있다. 자신의 생명과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빼앗는 등 경고 신호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전해진다.
12일 오전 3시 45분께 부산 북구 화명동의 한 식당 뒤편 주차장 4.7m 축대벽 아래에 부산경찰청 기동대 소속 김 모(29) 경사가 숨져 있는 것을 박 모(27) 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김 경사는 11일 오후 7시께 술자리가 있다면서 나가 이날 오후 11시 20분께 아내에게 "술에 취해 어디인지 모르겠다"고 전화한 뒤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경찰이 확보한 주변 CCTV 분석 결과 김 경사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경찰은 김 경사가 술자리가 파하고 귀가하던 중 만취 상태에서 실족해 옹벽 아래로 떨어졌고, 머리를 심하게 다쳐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12일 만취 경찰관 실족사
바다서 실종·구조 잇따라
주사·난동, 남에게 해 끼쳐
"주취범죄, 가중처벌을" 지적
또 12일 오전 4시 30분께 부산 남항동 방파제 앞 해상에서 김 모(38) 씨가 만취 상태로 물에 빠졌다. 다행히 인근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 선박 선원의 신고로 부산해경에 의해 20분 만에 구조됐다. 해경은 "술에 취해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빨리 발견돼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밝혔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망·실종 사고의 원인은 '술' 탓이 크다. 지난 2월에는 부산 수영구 남천 마리나 인근 해상에서 술에 취한 20세 청년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친구들과 광안리해수욕장으로 놀러 온 이 청년은 CCTV 영상 확인 결과 술에 취한 상태로 바다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남해 해경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해경 담당 연안 인명사고는 모두 66건(74명)이며 이 중 사망·실종된 건수는 11건. 주로 항·포구나 갯바위 등지에서 많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 관계자는 "술을 마신 뒤 선박 사이를 건너다니거나 갯바위에 올라가다 실족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또 횟집이 많은 자갈치시장 등에서는 낮술을 마신 뒤 실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술에 취해 도로 위에 나타나면 그 자체로 여러 사람의 생명을 위협한다. 2월 28일 서울 종로구에서는 만취한 20대 남성이 버스 범퍼에 매달려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11일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선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난동을 피우던 이 모(47) 씨가 경찰에 입건됐다. 두 사건 모두 연쇄 추돌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경찰은 '술에 취한' 이들이 벌인 범죄에 관용이 아닌 가중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술에 취했으니까 이해해 주고 귀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을 벌인 위험군으로 판단해 가중처벌을 내리는 등 제도적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소희·황석하·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