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역습] 6. 공동체 주택, 셰어하우스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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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도 여가도 육아도 이웃끼리 함께… "우리는 한 가족"

서울 강남역 인근의 셰어하우스인 '하품 하우스' 입주자들이 파티를 벌이고 있다.

부동산 투기 광풍의 중심지였던 부산의 아파트 가격은 이제 서민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았다. 게다가 우후죽순 난립한 대단지 아파트 탓에 지역 공동체마저 분리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최근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부산의 일반가구는 34.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1인 가구는 368.4% 폭증했다. 대단지 위주의 아파트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는 아파트처럼 큰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이웃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동체주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시, 공동체주택 장려
현재 6000가구가량 공급

커뮤니티 시설 공유하며
입주민 간 친밀도 높아져

1인 가구 대상 셰어하우스
거주자들 공동체 활동 활발
청년 위한 '취업 컨설팅'도

■"아이 더 낳을래요."


직장인 윤영준(45) 씨는 2년 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공동체주택 '소행주'(소통으로 행복한 주택 만들기) 5호에 입주하면서 이웃과 함께 사는 맛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소행주 5호에는 8가구가 입주해 있는데, 윤 씨는 입주민들이 또 다른 가족이라고 주저함 없이 말한다. 소행주 내부에는 모든 입주민이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이 있다. 이곳에서 입주민들끼리 식사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면서 늘 웃음꽃이 피어난다. 또 아이들도 같이 공부를 하거나 영화를 본다.

소행주 5호는 외부의 마을 주민에게도 열려 있다. 1년 전에는 마을 주민을 초대해 잔치를 벌였는데, 입주민들은 주민들 앞에서 갈고 닦은 우쿨렐레 연주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프리마켓도 종종 열면서 소행주 이름처럼 소통을 마을 전체로 넓히고 있다. 윤 씨는 이 같은 매력에 빠져 아예 소행주에 취업해 공동체주택 건설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집집마다 친밀하게 지내다 보니 마음 놓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면서 "더불어 사니 단순했던 삶이 더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윤 씨가 살고 있는 서교동 소행주 5호는 서울시가 땅을 빌려주고 입주민들이 건축주가 돼 주택을 짓는 '토지임대부' 형식이다. 윤 씨 가족이 매월 서울시에 내는 토지 임차료는 36만 원이지만, 10년 동안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공동체주택 정책을 적극 추진해 현재 6000가구가량 공급했다. 이 중 70%는 공공임대 형식이다.

서울시가 공급한 공동체주택에는 일반 가정뿐만 문화예술인과 청년, 노인 등 계층을 특화한 곳도 있다. 서울시는 내년 공동체주택 사업에 예산 27억 원을 확보하고, 전담팀을 신설해 사업을 더 확장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내년에는 면목동 시유지 1625㎡ 일대에 복수의 공동체주택에다 도서관과 도시텃밭까지 조성하는 '공동체주택 마을' 건설까지 계획하고 있다.

공동체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입주민들의 관심에 따라 규약을 설정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동체주택에서 공동 육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동체주택에 입주한 여성은 육아가 너무 편해서 아이를 하나 더 낳을 계획을 세웠다"면서 "공동체 하우스는 지자체가 땅만 가지고 있다면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서도 대량 보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품 하우스의 한 입주자가 정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
■셰어하우스, 사람 온기 나누다

대학생이면서 최근 창업에 성공한 김정욱(25) 씨는 매일 아침 9시에 일어나 대저택 같은 집 내부 카페에 들러 일과를 구상한다. 커피를 마시면서 아름답게 물들고 있는 가을 정원을 바라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카페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집 근처에서 지하철을 탄 뒤 한 정거장 떨어져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5분 안팎. 놀랍게도 김 씨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에서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이다.

김 씨의 집은 올해 6월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연 셰어하우스 '하품 하우스'(하우스, 꿈을 품다)다. 하품 하우스 김호선 대표는 560㎡ 부지 위에 방치돼 있던 2층짜리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 남녀 청년 40명이 거주할 수 있는 침실과 거실, 주방을 만들고 최신식 가전제품부터 수저까지 들여놨다. 또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장실과 샤워실을 여러 개 설치했다. 1층에 조성된 카페는 하품 하우스 식구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거나 대화할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김 대표는 "외국에서 친구들과 함께 살던 경험을 떠올려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면서 "셰어하우스로 개조할 만한 집을 찾기 위해 서울 시내의 단독주택을 이 잡듯이 뒤져 찾아낸 곳이 여기였다. 집 주인 입장에서도 방치돼 있던 집이 셰어하우스로 변신해 임대 수익까지 올릴 수 있으니 1석2조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풀옵션을 갖춘 원룸을 구하려면 매월 100만 원 이상의 지불을 각오해야 한다. 월세 60만 원짜리 집은 거의 반지하 수준이다. 반면 하품 하우스는 월 50만~60만 원 선에서 풀옵션 기기는 기본에 넓은 정원까지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공동체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것. 하품 하우스 운영진은 입주자들을 위해 주기적으로 바비큐 파티는 물론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청년을 위해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해 강연회도 열고 있다. 하품 하우스 입주민들도 별도의 동아리를 조직해 취미 등을 공유하고 있다.

김흥주 부사장은 하품 하우스에서 청년들을 상대로 취업 컨설팅을 해주는 것은 물론 바리스타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는 "원래 IT 엔지니어링 쪽 일만 하다가 하품 하우스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돼 삶도 풍성해지고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아파트 위주의 사업을 벌였던 대기업 건설사들도 셰어하우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 코오롱하우스비전㈜은 올해 4월 서울의 압구정동과 한남동, 여의도, 청담동, 반포 서래마을, 삼성동 등 9개 지역에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 '커먼타운'(Common Town)을 선보였다. 커뮤니티 회원을 위한 요가와 독서, 와인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아파트 시장이 점점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는데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셰어하우스 사업 전망도 그만큼 밝다"고 말했다. 서울/글·사진=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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