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의 서재] 함께 살아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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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을 점령하라/황선미

혼자 있는 너와 나를 어깨동무 시켜주는 따뜻한 낱말이 있다. '함께' '더불어'가 그러하다. 가만히 글자를 들여다보기만 해도 넉넉해지고 안심이 된다. 내 인생의 모토 또한 더불어 사는 것이다.

어우러져 사는 세상에도 마음을 찢고 태우는 고통이 있지만 이마저도 품어 그린 아름다운 지구를 꿈꾼다.

이 책은 내가 꿈꾸는 지구의 퍼즐 한 조각 같은 동화책이다. 봄이면 배꽃이 하얗게 피는 과수원에는 할머니와 아저씨와 아주머니 그리고 오리 가족이 산다. 그들을 중심으로 겁 많은 고양이, 야무진 생쥐, 250년 된 나무에 사는 나무귀신, 찌르레기 부부들이 부여받은 삶을 사느라 분주하다.

책에는 주인공이 따로 없다. 각 장마다 앞에서 조연이거나 엑스트라였던 인물이 주인공이 되어 주도적인 삶을 산다. 이는 작가의 머리말에 나타난 작품의 방향 제시와 일치한다. '나는 알았어요.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바꾸면 다른 게 보이고, 다른 생각도 하게 된다는 걸 말예요.

무심코 지나친 동물도 나만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저마다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자기 정체성을 찾는 <마당을 나온 암탉>도 좋지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과수원을 점령하라>가 한수 위가 아닐까 싶다. 


조희양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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