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비 아껴 주민 위해 쓴다… 괴정5구역 '클린 수주'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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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정5구역 재개발조합은 27일 오후 조합사무실에서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SK건설, 동부토건, 경동건설 등 건설사들이 참석해 클린 수주 동참을 선언했다. 괴정5구역재개발조합 제공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롤모델로 평가받는 부산 사하구 괴정 5구역 재개발사업이 한창인 가운데, 괴정5구역 조합과 건설업체들이 클린 수주를 선언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괴정5구역 재개발조합은 27일 오후 조합 사무실에서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SK건설, 동부토건, 경동건설 등 건설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클린 수주 동참을 선언했다.

재개발구역 시공자 선정
"과열경쟁 막자" 자정 노력

조합 임원·주민들 상대
향응·금품 제공 일절 금지
시공사, 아낀 비용만큼
조합원 위한 사업으로 보상

시공사 후보 건설사들
27일 '클린 수주' 동참 선언

'서부산터널' 사업 확정으로
괴정5구역 개발 더욱 탄력


이번 클린 수주 선언은 대형 건설사들이 괴정5구역 시공자로 선정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지나친 과열 경쟁이 따른 사업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영록 괴정5구역 조합장은 "시공사들의 과열 경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방지하고, 주민들 간의 갈등을 막기 위해 클린 수주를 선언하게 됐다"면서 "과열 경쟁으로 인한 시공사의 불필요한 홍보 비용을 아껴 아낀 홍보 비용으로 조합원들을 위한 사업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 수주 선언은 주 조합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주 조합장은 과열 경쟁에 따른 각종 부작용 방지를 위해 시공사들에 클린 수주 선언 동참을 제안했고, 시공사들은 조합장 및 괴정5구역 조합의 방침대로 클린 수주에 동참했다.

■클린 수주 선언 정비사업 첫 모범 사례

클린 수주를 선언한 괴정5구역은 국토교통부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 기준'에 따라 진행되는 첫 번째 모범 사례가 될 전망이다.

국토부가 고시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 기준에 따르면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 수주에 참여하는 건설사는 사업과 무관한 비용을 주민에게 제공해서는 안 되며, 이에 따라 이사비 등 시공과 무관한 비용 등을 건설사가 제공하는 것은 금지된다. 개별적인 홍보 활동과 이에 수반되는 사은품 증정 등도 규제 대상이 된다.

조합은 주민을 중심으로 한 '클린 수주단'을 구성해 건설사가 주민을 개별적으로 방문하는 것을 감시할 계획이다. 또 조합 사무실에는 건설사별 부스를 만들어 공식적인 홍보 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괴정5구역 조합은 건설업체들에 조합장 및 조합 임원, 주민들 누구에게도 일체의 향응 접대·금품 제공 등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괴정5구역은 오는 8월 입찰을 마감하고, 9월 초에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서부산권 랜드마크 괴정5구역

괴정5구역은 총 4200세대의 초대형 대단지를 짓는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다. 향후 진행될 괴정5구역 주변의 2·3차 사업까지 포함하면 1만 5000세대가 넘는 매머드급 단지가 탄생하게 된다.

부산 사하구 낙동대로 301(괴정동571-1) 일대 13만여㎡를 대상으로 한 괴정5구역에는 현재 1760세대가 살지만 47년간 개발이 정체돼 왔다. 괴정5구역은 2008년 5월 재정비촉진지구 뉴타운으로 지정됐으나 일부 주민의 반대와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건설업계 경영난 등으로 2011년 6월 재정비촉진지구가 해제됐다. 이후 2015년 1월 부산시가 정비계획을 통해 도시 발전 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지정한 '주민자치 생활권시범마을'로 선정되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주민자치형 생활권 시범마을 개발 방식은 부산에서는 괴정5구역이 처음이다. 2011년 6월 재정비촉진지구가 해제된 이후 주민들의 노력과 열망이 거둔 성과다. 주민자치형 생활권 시범마을 지정 이후 주민 참여도는 엄청났다. 주영록 조합장을 비롯해 마을 주민들은 사비를 들여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했고, 더욱 많은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주택재개발 시범지구 지정→정비구역 지정 동의→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조합 설립→시공사 선정'까지 걸린 기간이 단 10개월에 불과했다. 상당수 재개발지역의 추진 기간이 많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일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47년간 대티터널 하나에 의지했던 부산 서구와의 교통난 문제를 해결해 줄 서부산터널 건설 등의 호재까지 겹치면서 괴정5구역은 부산 최대의 대단지를 품을 최대 사업지로 주목받고 있다.

서부산권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괴정5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괴정5구역 재개발조합 제공
■서부산터널, 랜드마크 중심에 서다

괴정5구역이 서부산권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기대되는 것은 사하구와 서구를 잇는 '서부산터널' 건설사업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1980년대 괴정5구역이 위치한 사하구 일대는 부산의 대표 부촌 지역이었다. 그런 사하구가 47년간 성장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 이유 중에는 동쪽과 북쪽이 가로막힌 지형적인 약점이 크게 작용했다.

현재 부산 남서권의 교통난은 심각하다. 1971년 인구가 10만 명에 불과할 때 개통된 폭 9m의 대티터널은 47년 동안 사하구·서구·중구의 교통을 혼자서 처리하고 있다. 그동안 인구는 40만 명 이상 증가했고, 낙동강을 잇는 하굿둑 다리 건설 이후 강서와 동부경남의 교통량 증가로 사하구의 도로 곳곳이 상습 교통체증 구간으로 변했다.

괴정5구역 조합은 서부산터널 추진이야말로 괴정5구역 발전에 필요한 사업으로 여겼다. 조합은 시민단체 '서부산터널 10만 추진본부'를 설립하고 주민들의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주 조합장은 "서부산터널로 인한 교통난 해소는 사하구 구민뿐 아니라 부산 시민 모두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위원들과 함께 괴정 1·2·3·4동과 당리·하단1·2동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명하고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부산터널은 터널 진입로까지 합해 길이 2.6㎞에 4차로로 건설될 예정이며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괴정5구역을 시작으로 사하구의 개발 또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영록 조합장은 "수익구조 다변화로 분담금을 제로화·최소화할 수 있고, 주민 재정착률을 90%까지 끌어올려줄 수 있는 시공사, 클린 수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시공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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