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진상규명' 속도 내는 검찰, 머뭇거리는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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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가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대법원에 비상상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박희태 당시 부산지검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등 검찰이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또 다른 당사자인 부산시는 진상규명에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는 지난 5일 회의를 열고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비상상고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개혁위는 이번 주 중으로 회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상상고란 형사판결이 확정된 이후라도 그 사건의 심리가 법령에 위반된 것이 발견되면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다시 재판해 달라'고 신청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검찰개혁위 '비상상고' 추진
당시 지휘부 박희태 조사도

吳 시장은 전담 기구 '뭉그적'
사회갈등 담당 부서에 넘겨

이번 사건의 핵심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냐는 것이다. 당시 수사 검사였던 김용원 변호사 등 다수의 사건 관계자들은 검찰 수뇌부를 포함한 '윗선'의 외압 때문에 제대로 된 수사나 재판을 하지 못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 같은 증언 등을 토대로 대검 진상조사단은 지난 7일 당시 부산지검장이었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수사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이나 압력이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박 전 의장은 검찰에서 오래전 일인 만큼 기억이 잘 나지 않을뿐더러 수사에 관여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부산지검 차장검사였던 송종의 전 법제처장은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비상상고 결정을 내린다면 소환 범위는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검찰 라인에서는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의 물꼬가 트이고 있지만, 또 다른 주체인 부산시의 대처는 미온적이다. 시는 형제복지원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에 대한 행정적 지원, 추모사업 등을 시민행복추진본부 산하 사회통합담당관실의 사회조정팀에 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부서는 지역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시가 형제복지원 사건을 수많은 사회 갈등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후보 시절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시장 직속 기구로 만들어 상시 운영하겠다는 공약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시 관계자는 "사회조정팀은 사회 갈등과 관련한 현안들에 대해 시가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갈 것인지 정하는 업무를 한다. 방향성이 결정되면 이후부터는 업무를 담당부서로 넘긴다"면서 "형제복지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시 차원의 대책을 현재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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