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진료도 없이 장애인 입·퇴원 지시”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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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장애인 학대에 이어 ‘회전문 입퇴원’ 의혹을 받는 A정신병원(본보 지난달 13일 자 9면 등 보도) 조사에서 수시로 강제 입·퇴원이 반복됐다는 내부 진술이 추가로 확보됐다. 법인 측은 조사 직후 근무자들의 진술 내용을 캐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비리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집안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회전문 입·퇴원’ 정신병원

장애인권익기관 2차 조사

의혹 뒷받침 진술 잇따라

법인, 내부 입막음 나서 비난

이번 주 경찰에 법인 고발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최근 부산의 한 법인 산하 A정신병원에 대한 2차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회전문 입·퇴원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여럿 확보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기관에 따르면 한 내부 직원은 특정 간호사가 재활원 등 법인 산하 다른 기관 장애인 3~4명을 주기적으로 입·퇴원시켰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무런 이상 행동이 없는 장애인을 어떻게 입원시키느냐고 따져 물으면 “법인 소속 B 국장한테 가서 직접 얘기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직원은 특정 간호사가 재활원 교사에게 “입원에 필요한 입원보고서와 관찰일지를 작성하고 제출하라”고 지시하는 것을 보고 들은 적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장애인의 특이사항에 대한 논의나 회의 없이 일방적 통보로 입원하는 것을 봤다” “의사 소견이나 상담 내용을 모른 채 간호사가 주는 명단대로 입원을 시켰다” 등의 진술도 확보됐다.

정신병원에 입·퇴원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진술도 나왔다. 한 장애인은 의사 진료도 없이 시키는대로 입·퇴원했다고 호소했다.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폐쇄병동에 갇히고 풀려나는 것을 반복했다는 얘기다.

이날 기관 측은 A병원 입원 환자, 같은 법인 산하 재활원과 요양원 종사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현재 이 법인은 재활원, 요양원 소속 무연고 장애인들을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반복적으로 입·퇴원시켜 보험금을 타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기관 1차 조사에서는 A병원 일부 입원 장애인들이 다른 중증 환자의 대소변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키는 등 병수발한 사실이 내부 진술로 확인되기도 했다. 기관 측은 1, 2차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이번 주 안으로 해당 법인을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날 법인은 기관 조사가 끝난 후 직원들을 불러 조사 당시 질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답변했는지 등도 따져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고발자를 찾아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A병원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의사 진료도 없이 입·퇴원했다는 의혹은 금시초문”이라면서 “다른 직원들의 진술 내용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승훈·이우영 기자 lee88@busan.com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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