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중심지 10년] 민간 금융사 부산 이전 ‘0’… 금융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 실패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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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10년을 맞았다. 성과도 있었지만 금융시장 형성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현금융단지 전경. 김경현 기자 view@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10년을 맞았다. 성과도 있었지만 금융시장 형성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현금융단지 전경. 김경현 기자 view@

2009년 1월 21일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10년 동안 일부 금융 공공기관이 집적한 성과는 있었다. 그러나 민간금융시장이 함께 발전하는 낙수 효과는 전혀 없었다. 명실상부한 금융중심지로의 성장을 위해선 민간 금융회사들을 유인할 수 있는 대형 공공기관들의 이전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증권·선물 등 파생상품 관련

민간 금융사,이전 관심도 없어

외국계 금융기업 모두 서울에


법인세 등 면제, 특례법 효과 無

제3금융중심지 전주 추진 악재

서울 ‘대체거래소’ 설립도 위협


KDB산은 등 대형 국책은행 필요

정책금융중심지로 자리매김해야


■일부 공공기관 집적 성과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가시적인 성과는 문현금융단지 조성이다.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에 2014년 1단계가 완공된 데 이어 지난해 말엔 2단계 업무·숙박시설 등이 완공됐다.

금융기관들의 집적화를 위해 조성된 문현금융단지에는 2011년 기존 부산에 있던 기술보증기금을 시작으로 한국은행과 부산은행이 차례로 새 건물을 지어 입주했다. 또 랜드마크가 된 63층 건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도 2014년 완공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예탁결제원, 한국남부발전 등 5개의 이전 공공기관과 한국거래소, 각 금융기관 지점 등이 입주했다. BIFC 건물에만 27개 기관 2663명이 근무하고, 문현금융단지 1단계 전체로는 30개 기관 3856명이 일하는 금융 타운이 조성됐다.

공공기관 집적으로 인한 효과는 어느 정도 보고 있다. 우선 청년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장인 공공기관에 지역 인재들의 취업 기회가 늘었다. 5개 이전 공공기관들의 지역 인재 채용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5년 지역 인재 신규 채용은 60명(전체의 22.6%)이었지만, 2018년엔 168명(31.3%)으로 인원과 비율이 함께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 5개 이전 공공기관들의 지방세 납부액은 201억 원으로, 지역 세수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금융산업이 부산의 중요 산업으로 부각된 점도 긍정적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2016년 기준 6.45%인 GRDP(지역내총생산) 금융산업비중을 오는 2028년까지 10% 수준으로의 확대를 목표로 △위안화 허브화 등 동북아 금융중심 추진 △핀테크 등 금융기술기업 클러스터화 △해양금융허브화 추진 등을 추진키로 했다. 또 지난해엔 부산에 필요한 금융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부산대·한국해양대 금융대학원이 문을 열었다.

이전 공공기관들의 만족도도 전국에서 부산이 가장 높다. 국토부가 지난해 발표한 ‘혁신도시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 이전 기관 직원들의 만족도는 61.6점으로 전국 평균(52.4점)을 훨씬 웃돌았다. 주거·교통·교육·의료서비스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으며 부산이 지방에선 가장 정주여건이 뛰어난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당초 우려와는 달리 이전 기관 직원들의 부산 거주율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금융 생태계 형성 전무

공공기관 집적으로 인한 일정 부분의 성과와는 달리 부산이 바라는 금융중심지를 향한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냉정하게 보자면 금융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엔 완전히 실패했다.

금융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해선 금융 공기관들과 함께 민간 금융기관들이 집적돼야 하지만, 현재까지 민간 금융기관의 부산 이전이나 설립은 단 한 건도 없다. 증권·선물사, 자산운용사 등 파생상품 관련 민간 금융사들은 부산 이전에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업은 9개에 불과한데 그나마 이들 기업은 모두 서울에 위치하는 등 부산 금융중심지의 경우 실적이 전무하다. 문현금융단지 내에 창업하거나 사업장을 신설하는 금융기관에 대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3년간 전액 면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도 전혀 효과가 없다. 당초 기대했던 선박금융공사 설립도 자본금이 쪼그라든 한국해양진흥공사로 출범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의 제3금융중심지 지정 추진 등 부산에 악재도 산적하다. 부산은 물론 서울도 금융중심지로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북 전주를 추가 지정할 경우 기존 금융중심지의 기능 약화가 우려된다. 또 최근엔 키움증권 등 6개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서울에 대체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부산엔 큰 위협이다. 만약 금융당국이 대체거래소 규제를 완화해 설립이 되면 주식 거래의 최대 20~30%를 가져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가 직격탄을 맞는 것은 물론 부산의 금융중심지 위축도 불가피하다.

부산이 명실상부한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민간 금융사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과 같은 대형 국책은행 등 ‘큰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 국책은행의 이전으로 정책금융중심지로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핀테크와 해양금융 발전과 국내외 민간금융회사 유치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국민연금 대체투자운용본부와 우정사업본부 등 연기금 유치도 민간금융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동서대 김홍배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구상한 부산 금융중심지는 현재 금융도시가 아니라 금융 관련 공기업 집적 도시로 변질돼 있다”면서 “이제라도 금융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 부산시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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