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안 남은 ‘황산화물 규제’ 국내 해운사 대안은 ‘저유황유’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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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부두 전경. 부산일보DB 사진은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부두 전경. 부산일보DB

국내 해운선사들이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황산화물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유황유에 목을 매는 상황에 처했다. 열악한 자금력에다 짧은 시일 내에 대처할 뾰족한 방안이 없기 때문인데 세계 벙커링 시장에서 저유황유 가격이 일시에 치솟을 경우 심각한 경영난에 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적 운항 선대 1441척 중

스크러버 장착·예정 91척뿐

1350척은 저유황유 의존해야


공급 차질·일시적 가격 급등 땐

심각한 경영난 발생 우려도


한국선주협회는 지난달 30일 부산무역회관에서 개최한 올해 사업계획 설명회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유업계와 협의해 저유황유 공급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선주협회가 파악한 국적 운항 선대 1441척 가운데 탈황설비인 스크러버를 이미 장착했거나 올해까지 탑재할 선박은 6.3%인 91척에 불과했다. 설치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배가 718척, 선박 규모가 1만t급 이하여서 공간이 부족하거나 선령이 15년 이상이어서 스크러버 설치가 부적합한 선박이 632척이었다. 스크러버 주문부터 탑재까지 아무리 짧아도 1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설치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선사는 올해까지 설치가 불가능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 1월부터 선박연료 황 함유량을 기존 3%에서 0.5%로 낮춰 시행하기로 결정했고, 여러 차례 유예할 뜻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값싼 고유황유를 쓸 수 없게 된 선사들에게는 3가지 선택지가 있다. 새로 배를 짓는다면 황·질소 산화물과 미세먼지가 거의 없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을 발주하는 방법, 기존 선박이라면 스크러버 탑재나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선사들이 3가지 선택지에서 쉽게 답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각각의 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LNG선은 기존 선박보다 30% 가량 비싸 한꺼번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하고, 벙커링 네크워크가 불완전하다. 스크러버도 한 대당 수십 억 원의 비용이 드는 데다 향후에는 미세먼지 등 다른 규제가 스크러버에 대해서도 신설될 우려가 있다고 선사들은 본다.

당장 대규모 투자비가 들지 않지만 저유황유는 공급량과 유가 변동 가능성이 크고, 균질한 품질의 저유황유가 곧바로 공급될지에 대한 불안이 상존한다. 대형 원양선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선사들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저유황유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내몰린 것이다.

선주협회는 스크러버를 달지 않은 기존 선박 1350척이 내년 한 해 국내에서 급유할 저유황유량이 327민t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지난해 5월부터 정유업계와 실무대책회의를 수차례 열었다. 정유사들이 탈황 장비를 얼마나 설치해 생산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설비 증설을 요청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선주협회와 정유협회가 임원 간담회를 열어 협력 강화에 뜻을 모으고, 내년부터 국내 선사 수요에 차질 없이 저유황유를 공급하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문제는 글로벌 정유시장의 저유황유 가격 변동이다. 국내 중소형 선사들처럼 스크러버나 LNG선으로 대비하지 못한 대부분의 해운사가 저유황유에 몰리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일시적인 가격 급등 현상을 빚을 수도 있다. 선사들이 우려한 대로 고른 품질의 저유황유가 세계 어디서나 공급될지도 아직은 불분명하다.

한 해운 선사 관계자는 “고유황유보다 t당 최소 300달러 이상 비싼 저유황유 가격도 부담이지만 가격 변동폭이 크거나 품질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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