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라도 괜찮아 ‘지여인’, 전국 최초로 챗봇 머리 되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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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국어국문학과 최초로 IT 기업에 입사한 여학생이 된 송다연 씨.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최초로 IT 기업에 입사한 여학생이 된 송다연 씨.

‘지역대학, 여성, 인문대.’

이 세 단어는 취업시장에서 최약체를 상징하는 단어다. 전공을 살리자니 학교와 학원가 외에는 갈 만한 곳이 없다. 일반 기업체를 가려면 알게 모르게 여성으로 차별 받는다. 또 기왕이면 상경계열을 뽑자는 분위기도 있으니 이래저래 비교열위다.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송다연 씨

챗봇 시나리오 작가로 취업 성공

“4차 산업 인문학적 요소 중요”

삼중고를 이겨내고 취업을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그 기업이 지역 IT업체 ㈜스마트소셜이라 더 놀랍다. 이 성과로 송다연(25) 씨는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26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대생이 IT 기업에 취업한 주인공이 됐다. 공대 출신 남학생들이 게임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국어국문학과에 편입한 뒤 IT 기업에 입사한 적은 있지만 순수하게 문학을 하던 학생이 IT 기업에 입사한 것은 최초다.

송 씨는 챗봇 프로그램의 시나리오를 만드는 ‘챗봇 시나리오 작가’로 채용됐다. 챗봇이란 메신저처럼 채팅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 채팅 로봇 프로그램을 말한다. 스마트소셜 김희동 대표는“엔지니어들은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대화의 흐름을 정리하는 것에 어려움이 컸는데 시나리오 작가는 이 같은 챗봇의 흐름, 사용하는 단어 하나가 가지는 흐름상의 의미 등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참고로 챗봇 시나리오 작가라는 영역 자체도 전국 최초다.

송 씨의 입사 이후에는 후배들과 함께 형태소를 분석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송 씨 덕에 후배들은 평생 생각도 안했던 IT 업계도 ‘취직 가능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송 씨는 “취직시장에서 IT기업, 특히 기술 분야는 인문대생은 보지도 않고 넘어가는데 현장에서 일을 해 본 결과 충분히 인문대생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더라”며 “챗봇,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은 기술적이지만 인문학적인 요소들이 필요한 부분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도 송 씨의 입사 이후 학생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채영희 교수는 “이미 학문은 융합의 시대인데 송다연 학생의 사례는 많은 학생이 IT 관련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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