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전쟁에 ‘등 터지는’ 부산 중소기업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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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칭다오에서 자동차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K(58) 씨는 요즘 미국 바이어들과 온종일 연락을 주고받는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 탓이다. K 씨의 회사는 부산이 본사이지만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15년 전 중국에 공장을 차렸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전량 미국으로 수출된다. 이 제품은 미국과 멕시코의 부품업체로 공급돼 반제품 형태로 미국의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회사에 납품된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원래 없었던 관세가 몇 달 전부터 10%씩 부과되더니, 급기야 25%까지 치솟았다. K 씨는 “10% 정도는 제품가격에 반영해도 큰 영향은 없지만 25%까지 올라가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공장서 부품 만들어 미국 보내는

자동차부품·기타 전자부품 업계 ‘속앓이’

대중 수출 의존도 높아 지역경제도 타격

미·중 무역 분쟁 틈바구니에서 부산지역 중소 수출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K 씨처럼 중국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거나, 중간재를 중국으로 수출해 완제품을 미국으로 넘기는 형태가 많아 지역 경제의 직격탄이 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은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치명타다. 두 국가의 무역 분쟁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전 세계 수출액이 1조 원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올 정도다. 국제무역연구원 문병기 연구원은 “화웨이, 샤오미, TCL, 레노보 등 익숙한 중국 브랜드 IT제품에 한국의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부품들이 들어간다”며 “이들 제품의 미 수출이 제한될 경우 국내 부품, 소재 업체들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경제의 타격은 보다 직접적이다. 대중국 수출 규모가 올해 들어 20~30%씩 증가하며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 김상래 과장은 “자동차, 기타 전자 부품 등을 중심으로 올해 3월까지 부산 기업들의 중국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며 “부산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이 장기화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18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수입차와 부품에 ‘25%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6개월간 연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수출 중소기업들에게 희망적이다. 다만 면제 가능성이 거론됐던 한국산 차에 대해서는 관세 면제 여부를 명시하지 않았다.

김마선·안준영 기자 jyoung@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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