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교류 ‘따로 노는’ 한·일 관계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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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 JR하카타역 광장, JR규슈홀 등에서 열린 2019 한국문화관광대전. 한국관광공사 후쿠오카지사 제공 일본 후쿠오카 JR하카타역 광장, JR규슈홀 등에서 열린 2019 한국문화관광대전. 한국관광공사 후쿠오카지사 제공

지난달 초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구 JR규슈홀. 2019 한국문화관광대전이 사흘째 열린 이날 배우 이제훈과 가수 성시경을 보려고 몰려든 일본인으로 행사장은 입구부터 가득 붐볐다.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교복 차림으로 여러 행사 부스를 돌던 여중생 마쓰시타 메이(15) 양은 “졸업여행으로 서울에 다녀왔다. 치즈닭갈비와 치즈 핫도그를 먹고, K팝 굿즈도 많이 사 왔다”며 활짝 웃었다. 최근 살얼음판을 걷는 한국과 일본의 외교 관계에 영향을 받진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학교 댄스동아리에서 수준 높은 한국 아이돌 가수의 춤을 추고, 누구나 ‘얼짱 화장(한국식 화장)’을 따라 한다. 양국이 좋은 사이가 되면 좋을 텐데…”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무력화, 대법원의 강제 징용자에 대한 일본기업 배상책임 판결 등으로 최근 외교·정치적으로 양국 관계가 경색 국면임에도 한·일간 관광과 민간 교류 등은 오히려 반등세를 보인다.

관광 등 민간 교류는 활발

10대 청소년과 젊은 여성 주도

생활 전반에 걸친 3차 한류 붐

최근 한류 콘서트 8만여 명 운집

일본인 최고 인기 여행지는 한국

한국 관광객 최다 방문국은 일본

■방송·잡지 도배한 K팝, K 뷰티

‘신(新)한류’라고도 불리는 최근 일본에서의 3차 한류 붐은 2000년대 초반부터 드라마나 가수, 아이돌 중심으로 전개됐던 1, 2차 한류 붐과는 다르게 미용과 패션, 여행, 식문화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성세대에 비해 한·일 관계에 덜 민감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접 해보고 따르는 10대 청소년과 ‘젊은 일본인 여성’ 등이 다양한 장르의 신(新)한류 붐을 이끄는 주요 소비 인구다.

일본 후쿠오카 시내 한 대형서점의 ‘한류 코너’. 민소영 기자 일본 후쿠오카 시내 한 대형서점의 ‘한류 코너’. 민소영 기자

일본 대형 서점가에는 아예 ‘한류 코너’를 따로 마련해 한국풍 화장이나 패션, K팝 아이돌들이 표지를 장식한 잡지를 판매하고 있다. 트와이스 등 한국 가수들의 일본 ‘돔 투어’는 수만 장의 티켓이 금세 동나버리고, 특집 방송까지 만들어져 전파를 탔다. 도쿄 신오쿠보의 코리아타운이나 한국 현지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도 인기리에 방영된다.

CJ ENM에서 주최하는 한류 콘서트인 KCON 2019 JAPAN(케이콘 재팬)은 지난 17~19일 사흘간 일본 전역에서 8만 8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3년 전 39%였던 10·20대 방문객 비율은 올해 69%까지 껑충 뛰었다. 고교생 딸을 둔 직장인 요코야(55) 씨는 “딸의 또래 친구들이 ‘한국 연예인의 말과 노래 뜻을 직접 이해하고 싶다’며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한국어를 유튜브로 독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서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반한(反韓)과 반일 양극단 사이에서 두 나라의 여행업계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LCC(저비용항공사) 취항 노선이 증가하면서 여행하기가 더 쉬워졌고, 신(新)한류의 영향으로 일본의 젊은 층 여행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 대형 여행사 JTB가 이달 초 일본 골든위크를 앞두고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 일본인들의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는 한국이었다. 올 3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37만 5119명으로, 전년보다 27.4% 증가했다. 올해 1분기, 한국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여행지 역시 일본이었다.

후쿠오카에 사는 재일교포들이 30년째 해마다 주최하는 한국 문화 행사인 ‘3·1문화제’도 올해 후원 등이 더 늘어나, 양국 관계가 냉각기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서울과 부산 여행을 여러 번 다녀왔다는 마쓰다 유코(57)·루카(29) 씨 모녀는 “앞으로도 양국 교류 이벤트가 더 많이 열려서,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쓰이 가나요(21) 씨는 “한국에 관심이 있고, 직접 만나 교류하기 때문에 미디어 보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TV만 보고 한국을 판단하는 아버지와 종종 의견이 다를 때가 있다”며 세대 간 인식 차이를 전했다.

후쿠오카=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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