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잠입수사?’ 부산서도 검·경 수사권 두고 ‘시끌’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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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안을 둘러싼 검·경 분쟁이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부산지검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경찰이 수사지휘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부산 경찰의 비인권적 잠입수사 강요 사례를 들었고, 이 같은 글이 논란이 되자 부산경찰청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논란은 지난 17일 부산지검 박 모 검사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로부터 시작됐다. ‘부산지검 강력부 보이스피싱 사건 수사지휘 사례’라는 제목의 글에는 ‘수사지휘권이 (검찰에) 있어 경찰의 위법수사 및 심각한 인권침해 사태를 중단시킬 수 있었던 사례’로 2017년 부산 경찰의 불법적인 잠입 수사를 들었다.

부산지검 검사 검찰 내부망 통해

부산경찰 보이스피싱 수사 언급

현금인출책 잠입 강요 사례 들며

“경찰 수사지휘권 가져선 안 돼”

부산경찰 “잠입수사 강요 안 해

담당 경찰관 징계 처분도 공정”

박 검사의 글 등에 따르면, 부산경찰청 소속 A 경위는 2017년 3월 보이스피싱 관련 수사 중 국내 현금인출책이었던 B(38) 씨를 수사선에 올렸다. B 씨는 A 경위에게 선처를 부탁하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A 경위가 B 씨에게 맡긴 임무는 다름 아닌 필리핀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위장 잠입하라는 것. 필리핀으로 넘어간 B 씨는 조직에 잠입해 1년 가까지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며 증거자료를 A 경위에게 전송했다. B 씨는 이 과정에서 3000만 원가량의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2018년 2월 경찰은 관련 증거들을 토대로 필리핀 콜센터 총책과 조직원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의 체포영장 기록을 검토하던 검찰은 B 씨를 필리핀 조직에 잠입시킨 것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B 씨를 귀국시키라고 지휘했고, 경찰은 B 씨를 귀국조치했다.

검찰은 올해 1월 B 씨를 필리핀 조직에 잠입시킨 A 경위가 직권남용과 사기교사 등의 혐의가 있다며 부산경찰청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경찰은 A 경위에게 불문경고 처분을 내렸다. 사실상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박 검사는 자신의 글에서 “담당 경찰관을 입건해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경찰 스스로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다 판단해 경찰에 담당 경찰관에 대한 비위 통보를 했다”며 “하지만 경찰은 담당 경찰관을 수사하지도 않았고 징계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박 검사는 “패스트트랙 안에 도입된 ‘(검찰의)징계요구권’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20일 오후 입장문을 발표하고 “경찰이 잠입 수사를 제안한 것이 아니라 B 씨가 먼저 구체적인 잠입 방법 등을 제안했다”며 “외부인이 다수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된 상황인 만큼 징계 처분도 공정했다고 판단된다”고 반박했다. 다만 이번 사안을 수사권 조정안을 둘러싼 검·경 분쟁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도 “누가 먼저 제안을 했든 범죄조직에 잠입해 범죄행위에 가담토록 하면서 면책을 약속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불법”이라면서도 “이 사안을 검·경 갈등으로 보려 하지 말고 정의와 인권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종열·송지연 기자 bell10@busan.com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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