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왼손잡이 아내’ 눈물 쏟은 이수경 “촬영 중 속상한 일 많았지만 후회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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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개연성 부족’ ‘발연기’...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KBS2 일일드라마 ‘왼손잡이 아내’는 방영 내내 여러 논란에 시달렸다. 오랜만에 일일극 주연으로 나선 배우 이수경(37) 또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배운 것도 많았고 좋은 사람들을 얻었다”며 작품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드라마 종영 인터뷰를 오랜만에 해서 좋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 이수경. 최근 서울 서초구 에코글로벌그룹 사옥에서 만난 그는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났다.


■ “일일극은 모든 게 완벽해야 할 수 있는 드라마”

올 1월 2일 첫 방송된 ‘왼손잡이 아내’는 총 103부 작에 이르는 긴 호흡의 드라마였다. 대본만 열 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체력적, 정신적으로 높은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해야했다. 이수경은 “이제 일일극은 다시는 안 하겠다”며 농담 섞인 진담을 던졌다.


“사건 사고가 많은 드라마라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후반부에는 야외 촬영이 별로 없어서 그나마 좀 나았죠. 입술이 자주 트고 고관절도 다쳤는데 몸에 무리가 간 상태에서 계속 촬영하니까 집중력이 부족해지기도 했고요. 옷을 입어보면 사이즈가 다 줄었더라고요. 한 4~5kg 정도 빠졌어요. 저 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살 많이 빠졌어요.”


그는 “일일극은 모든 게 완벽해야 할 수 있는 드라마 같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며 “일일극 자체는 재미있고 좋지만 엄청난 연륜을 가진 사람이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일일극을 다시 해야 한다면 사건이 많은 것보다 재미있고 따뜻한 생활극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 “막장 드라마 나쁘다고 생각 안해...선입견 가지지 않았으면”

드라마는 신혼여행지에서 일어난 사고 때문에 다른 사람의 얼굴로 살아가게 된 남편 이수호(김진우)를 찾아 헤매는 오산하(이수경)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우여곡절 끝에 악한 이들을 물리치고 진정한 행복을 찾는 다소 뻔한 이야기. 극중 페이스 오프, 기억상실, 기업 내 권력 쟁탈, 폭력, 배신, 복수 같은 자극적 요소가 섞인 탓에 막장드라마로 인식됐다. 또 억지스러운 전개,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에 따른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막장 요소가 나쁘다고만 생각 하진 않아요. ‘막장’도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막장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요소와 통쾌함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선입견을 가지고 볼 필요는 없다고 봐요. 작가님이 사건이 많은 걸 좋아하세요. 그런 사건이 계속해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서는 뻔한 전개로 가거나 어설프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재미있고 편안한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했어요.”


■ 오산하→오젬마 “납득이 가거나 안가거나 해야 했던”

시청자들은 극 후반부 적잖은 혼란에 빠졌다. 오산하가 갑자기 기억을 잃은 오젬마라는 캐릭터로 등장한 것. 이전 청순하고 지고지순한 오산하에게서 볼 수 없었던 짙은 메이크업과 일자 앞머리, 독하고 시원스러운 성격으로 차별화를 줬다. 오젬마는 사전에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대본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황스러웠지만 빨리 받아들이고 집중하는데 힘썼다.


“오젬마로 바뀌고 나서 찍었던 장면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감독님한테 ‘이게 다른 사람인거냐’고 물어봤더니 감독님도 모르고, 스태프들도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하시더라고요. 진짜 당황했어요. 나중에 같은 사람인데 기억을 잃어버린 거라는 걸 알고 나서 그나마 안심이 됐죠. ‘아 그럼 됐습니다. 페이크라는 거죠?’라면서 웃고 말았어요.”


그는 이런 전개가 납득이 갔냐는 물음에 “납득이 가도 해야하고 납득이 안 가더라도 해야하는 거 아니겠냐”며 “최대한 빨리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내 몫을 찾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저 최선을 다하려 했다”고 답했다.


‘발연기’ 지적에 대해서도 심경을 밝혔다. “댓글은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 제가 가려는 방향이 휘둘릴 수 있거든요. 주변 분들의 이야기나 의견은 수렴하려 했고 방향성을 잃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했어요. 배우, 작가, 연출 각자의 역할이 따로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었어요. 모두가 다 그렇게 했고요. ‘발연기’라는 소리를 들어서 속상했지만 그래도 후회는 안 해요. 언제 어디서든 배울 수 있는 게 있잖아요. 작품 하면서 너무 좋은 사람들도 얻었고 제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많이 깨달았어요. 저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많은 도움이 됐어요.”


■ “시청률 더 나왔으면 좋았겠지만…꾸준히 봐주신 분들께 감사”

KBS2가 월~금 오후 7시 50분에 방영하는 일일드라마는 비교적 안정적 시청률이 보장된 자리로 꼽힌다. 배우들의 이름 값, 화제성과 별도로 두 자릿수 시청률이 꾸준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왼손잡이 아내’의 최고 시청률은 17.1%였다. 이수경은 20%를 넘기면 더 좋았겠지만 고정 시청자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 했다.


“시청률은 많이 아쉽죠. 모든 분들이 열심히 하고 노력 대비 성과가 시청률인데 개인적 바람으로는 조금 더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고정 시청률이 이렇게 갔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에요. 사람일이 언제나 뜻대로 될 수는 없잖아요. 화제성은 있었다는 말씀을 많이들 해주셔서 그런 면에서는 만족해요. 고정 시청자들을 위해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어요.”


■ “영화 정말 하고 싶어...작은 역할도 상관 없다”

이수경은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드라마 ‘하늘이시여’를 시작으로 ‘소울메이트’ ‘며느리 전성시대’ ‘천만번 사랑해’ ‘식샤를 합시다’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등 주로 브라운관에서 활약해왔다. 스크린 출연작은 ‘타짜’ ‘로맨틱 아일랜드’ 정도가 기억에 남는 작품. 가장 최근작은 2011년에 촬영한 ‘쉐어 더 비전’이다. 그는 언제든 오디션 볼 준비가 되어있고 작은 역할도 상관없다며 영화 출연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냈다.


“어느 순간 영화하고는 이상하게 멀어지더라고요. 왜 저를 안 불러주실까요. 감독님들은 신선한 얼굴을 찾으시나 봐요.(웃음) 저는 오디션도 잘 볼 수 있고 감독님 미팅할 준비도 언제든 돼 있어요. 영화 정말 하고 싶어요. 작은 역할도 상관없는데...영화와 자꾸 멀어지는 것 같아 속상해요.”


끝으로 이수경은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목표와 각오를 밝혔다.


또 결혼에 대해서는 “드라마에서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몰라도 미련이 없는 것 같다”며 배우로서의 삶에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예전에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이제 그런 생각이 없어졌어요. 좋은 사람이 생기면 자연스레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왜 그렇게 얽매여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에 좀 더 집중하려고요. 착한 역할 말고 악랄한 사이코패스 같은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이번에 ‘왼손잡이 아내’를 하면서 용기가 생겼고 자신도 있어요.”


사진=에코글로벌그룹 제공, KBS2 '왼손잡이 아내‘ 캡처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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