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에 대한 오해] 술 깨는 비법? 꿈 깨요! 술은 수면제? 잠 깨요!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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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이 시행된 후 음속운전 처벌이 강화됐다. 아침 출근시간에도 음주단속을 실시하자 술 빨리 깨는 법, 음주단속 피하는 법 등 검증되지 않은 각종 정보들이 온라인에 떠돌고 있다. 알코올 중독전문병원인 한사랑병원 김진원 원장으로부터 술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오해에 대해 알아본다.

사람마다 해독 능력 차이 있지만

술 깨는 절대적인 시간은 필요해

뇌 안에 남은 알코올 찌꺼기 ‘THC’

3년 이상 금주 치료하면 제거 가능

술 빨리 깨는 비법이 있다?

‘물을 많이 마셔라,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해라, OOO주사를 맞아라….’

술 빨리 깨는 다양한 속설들이 떠돌고 있다. 결론적으로 모두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다.

알코올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90%는 간에서 대사과정을 거치게 된다. 알코올은 우리 몸의 분해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로 바뀐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다시 물과 초산으로 분해되어 소변이나 대변 그리고 호흡을 통해 배출된다.

나머지 10%는 대사과정을 거치지 않고 땀이나 소변 등으로 바로 배설된다.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되기 위해선 시간이 경과되는 것외에는 방법이 없다. 시간에 비례해서 분해되기 때문에 빨리 깨는 비법이 있을 수가 없다.

다만 사람에 따라 알코올 해독 능력의 차이는 있다. 시간당 알코올 분해값이 개인에 따라 0.008~0.03%으로 차이가 난다. ‘위드마크’ 음주측정법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시간당 평균 0.015%씩 감소하는 것으로 역추산하는 방식이다. 알코올 분해가 잘 되는 사람 역시도 술이 깨기 위해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구강청결제에 알코올 성분이 있나?

구강청결제를 사용한 사람들이 간혹 음주단속에 걸린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구강청결제를 살펴보면 제품 스티커에 에탄올 8%, 에탄올13%라고 적혀 있다. 에탄올이 알코올이기 때문에 음주단속에 걸릴 수도 있다.

음주측정기에는 백금 전극이 달려 있다. 알코올 분자가 백금 전극의 양극에 달라붙으면 전류가 흐르면서 알코올 농도가 측정되는 원리다. 구강청결제를 사용했을 때는 물로 입을 헹구고 응하면 음주단속에 적발될 일은 없다. 헹궈도 수치가 나오면 채혈 검사를 요구하면 되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술 마시면 잠 잘 오고 우울증이 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알코올을 흥분제로 알고 있는데 약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알코올은 중추신경억제제다. 술을 먹으면 자제돼 있던 감정이 억제되지 못하고 흥분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알코올이 들어가면 운동반응 속도가 떨어지고 기억력이 감소하는 등 중추신경이 마비되는 증세가 나타난다. 그로 인해 주취자들이 크고 작은 사고를 치는 것이다.

술이 잠에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면의 질은 훨씬 떨어진다. 술을 마시고 자면 자꾸 깨고, 소변 누러 가는 등의 행동이 반복되면서 깊은 잠을 못자게 된다. 아울러 술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불면증을 유발하게 된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등의 정신질환이 23배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알코올 의존증도 유전이 되나?

부모가 알코올 의존증일 경우 자녀도 의존증일 가능성이 5배 높다는 연구가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에 비해 의존증이 될 가능성이 2배 높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알코올 의존증이 유전 경향성을 띤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전 경향성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알코올에 대한 대처능력이 있다면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총알이 장전되어 있어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으면 발사되지 않듯이.

알코올 의존증 치료 안된다?

알코올 의존증은 뇌손상이 생기기 때문에 치료가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다. 알코올 중독치료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 완전히 물로 분해되지 않고 남는 찌꺼기(THC)가 있다. 이것이 뇌 안의 시상하부에 축적되면 음주조절력에 장애가 생겨 중독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환자가 약물과 재활치료를 통해 3년 이상 금주하면 뇌 안의 THC가 제거될 수 있다.

혼자 힘으로 벗어나려고 하지 말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면 알코올 의존에서 탈출할 수 있다.

알코올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한사랑병원 김진원 원장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은 자신이 애주가이지 중독이 아니라고 한다. 일종의 자기 부정이다. 의존증 환자가 자신은 술을 알아서 조절할 수 있고 언제든지 절주할 수도 있다고 하는 말도 믿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알코올 의존증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 금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술자리에서 술을 덜 마시는 요령도 많다. 식사를 충분히 하고 물이나 음료를 충분히 마셔 식욕이나 갈증을 푼 뒤 음주를 한다. 술을 잔에 반만 따르고, 받은 술잔을 바로 마시지 말고 일단 탁자에 놓는다. 받은 잔은 한 번에 비우지 말고 여러 번 나눠 먹는 것도 방법이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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