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바뀌는 술 문화 트렌드] 술 권하는 사회서 귀가 권하는 사회로

서준녕 기자 jumpjum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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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윤창호법’ 시행 등으로 주류 문화 전체에 변화가 예상된다. ‘제2 윤창호법’ 시행 등으로 주류 문화 전체에 변화가 예상된다.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한 ‘제2 윤창호법’이 지난달 25일 시행된데 이어 음주와 회식 강요를 금지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 16일부터 시행되면서 시민들의 음주 행태와 회식 문화가 크게 바뀌고 있다. 음주 다음 날 오전 숙취까지 단속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음주와 회식이 불법적인 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두 법의 시행으로 음주 문화의 변화는 물론 주류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음 날 ‘숙취 단속’ 걱정에 절주

직장서 회식 줄고 술 강권 안 돼

주류업계 매출 감소 ‘전전긍긍’

고급형 저도주 개발에 박차

고깃집·횟집 등 음식점도 타격

대리운전업계, 음주 자제에 울상

■금기시된 2~3차 제안

일단 제2윤창호법 시행 후 다음 날 ‘숙취 단속’을 우려한 시민들이 2~3차를 즐기는 음주 습관을 바꾸고 있다. 2~3차를 가더라도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가 아닌 다른 주종을 선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주업계는 매출이 전년 대비 10~15%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등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가뜩이나 여름은 맥주의 계절로 소주업계에서는 비수기로 통한다. 음주단속 기준의 강화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번 여름을 어떻게 날지가 최대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회식이나 음주 강요를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라 회식 자체가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회식을 하더라도 2~3차를 제안해 자리를 연장하는 사례가 급속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 시행 이후 '경계 심리'가 더욱 고조된 상황이라 이번 여름 주류 판매는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주류업계에서는 매출을 위해 단속 완화나 음주 권장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큰 타격이 예상되는 소주업계는 고급형 저도주 등 적게 마셔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품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주류업계 긴장 속 희비 교차도

지역 소주업계 홍보요원이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무학 제공 지역 소주업계 홍보요원이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무학 제공

두 법의 시행으로 주류업계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되지만 주종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양주업계에서는 양주 소비층이 특정화되는 경향이 있어서 당장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특히 제2윤창호법 시행 이후 매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차 자리에서 주로 즐기는 양주는 도수까지 높아 숙취단속의 주범으로 몰릴 수 있고, 2차 자리가 마련돼도 숙취를 우려해 판매되는 병 수가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맥주업계 역시 긴장하고 있지만 다른 업계보다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오히려 가볍게 한잔 하는 음주문화가 확산될 경우 가장 혜택을 보는 업계가 맥주업계가 될 수 있다는 희망섞인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맥주업계는 ‘치맥’으로 통하는 야식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다음 날 출근을 걱정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심야음주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된 것이 사실이다. 맥주업계는 일단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즌을 맞은 데다 신제품 출시 효과로 법 시행에 따른 매출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출근길 음주단속 강화로 전날 술을 자제하자는 문화가 확산될 경우와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등으로 인한 음주 감소를 대비해 고급화·차별화 등 다양한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자영업자와 대리운전도 ‘울상’

지역 소주업계 홍보요원이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선주조 제공 지역 소주업계 홍보요원이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선주조 제공

고깃집이나 횟집 등 소주를 주로 판매하는 음식점의 매출 감소는 심각하다. 일단 주류 매출이 반 토막이 나면서 폐업까지 고려한다는 자영업자들의 호소가 터져 나오고 있다. ‘치맥’을 비롯한 야식업계도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회식문화 전체가 줄어들 경우 음식점과 주점 등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보여 자영업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대리운전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야간에 대리운전을 호출할 때 ‘아침 출근길에도 대기하고 있습니다’란 문구를 보내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음주 자체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출근길 대리로 인한 매출 신장이 두드러지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대리 이용자는 더욱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준녕·황상욱 기자 jumpjump@busan.com


서준녕 기자 jumpjum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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