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은의 스크린산책]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season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유쾌하지 않은 여행 한 청년의 성장과 꿈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스마일이엔티 제공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스마일이엔티 제공

스웨덴에서 출발한 ‘이케아’는 대개 저가의 보급형 가구들을 선보이는 브랜드다. 실용적이고 예쁘기는 하지만 직접 조립을 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따르고 대를 물려 사용하기에는 너무 가볍다. 그러나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자신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인도 어린이 ‘파텔’(다누쉬)은 돈을 많이 벌어 이케아 가구들로 집을 꾸미는 것이 꿈이다. 파텔은 거리에서 마술을 하며 푼돈을 벌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100유로짜리 위조지폐 한 장을 들고 파리로 떠난다. 그리고 돈이 없어 하룻밤 보내려고 들어간 이케아 매장의 옷장 안에서 뜻밖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로맹 퓌에르톨프의 소설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을 각색한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The Extraordinary Journey of the Fakir, 감독 켄 스콧, 이하 ‘이케아’)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공간을 보여주는 여행기의 성격을 띠고 있어 흥미롭고, 로맨스, 판타지, 뮤지컬 등 여러 장르가 뒤섞여 있어 이색적이다. 인도의 작은 마을을 벗어난 파텔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런던, 바르셀로나, 로마, 트리폴리까지 전전하게 된다. 그는 난민도, 불법체류자도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과 뒤섞여 공항에 갇히기도 하고, 쫓기기도 하면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들의 삶을 경험한다. 처음에 자신의 카르마(업보)를 원망하던 파텔은 점차 그것을 받아들이는 한편, 새로운 기회를 만들면서 거듭 위기를 빠져나온다.

로마에서는 유명한 여배우의 도움으로 돈을 많이 벌기도 하지만, 지난한 여행 후 그가 정착한 곳은 이케아 가구로 꾸민 멋진 집이 아니라 고향에 있는 학교다. 인도의 미래가 있는 곳에서 아이들을 통해 그는 거리의 마술사가 가진 잔재주가 아니라 진짜 기적 같은 일들을 이루려 한다. 그를 황홀하게 해주었던 이케아 매장은 잊을 수 없는 로맨스가 시작된 곳으로 이미 그 소임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유쾌하지만은 않은 여행을 통해 한 청년의 꿈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한층 성장한 그 꿈이 어떻게 주변을 변화시키는가를 말하는 작품이다.

운명적 사랑, 국가 분쟁과 난민 이슈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가 등장하다 보니 영화는 사뭇 산만하고, 자주 초점이 흐려진다. 그러나 끝까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인공의 여정과 이동 중 만나게 되는 흥미로운 캐릭터들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베레니스 베조가 반갑다. 드라마 중간에 갑작스레 등장해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춤과 노래의 흥취는 덤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season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