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시대 보통의 건축' 카페·레스토랑·극장… ‘대중화 되기’까지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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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시대 보통의 건축/서윤영

레스토랑의 목적은 궁정에서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신흥 부르주아도 맛보게 하는 것이었다. 궁리 제공 레스토랑의 목적은 궁정에서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신흥 부르주아도 맛보게 하는 것이었다. 궁리 제공

대학에 가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일,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스터디클럽에서 공부를 하는 일, 외국여행을 위해 호텔을 예약하고 은행에서 환전하는 일은 200년 전만 해도 일반 대중이 향유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아니었다.

카페, 레스토랑, 극장, 은행, 호텔, 대학 등은 본래 귀족들만의 문화 공간이었다. 대중은 이 건축 공간을 언제부터 어떻게 누릴 수 있게 되었을까? ‘부르주아를 탄생시킨 8가지 건축’이라는 부제의 신간 〈대중의 시대 보통의 건축〉이 그 해답을 들려준다.

살롱문화에서 유래한 클럽·카페 등

본래 귀족 전유물이었던 문화 공간

젠트리·부르주아 덕에 새롭게 변해

현대 대중문화 공간과 건축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 소설처럼 펼쳐져

이 책은 본래 귀족문화였다가 17~18세기 새롭게 등장한 신흥계층, 이른바 영국의 젠트리와 프랑스의 부르주아에 의해 현대 대중문화 공간으로 변화한 이들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펼쳐 보인다.

현대사회를 결정지은 3가지 혁명은 영국의 명예혁명과 산업혁명, 프랑스의 대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명예혁명을 일으킨 주인공은 17세기 새롭게 등장한 부유한 농민이자 신(新)중산층인 젠트리 계층이고, 프랑스 대혁명의 주역은 도시 전문직과 부유한 소상공인 등 부르주아 계층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들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향유하고 있는 현대 대중 건축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은 젠트리와 부르주아가 드나들었던 건축과 공간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이들이 살았던 시대의 구석구석을 두루 살핀다.

은행의 역사를 살펴보면, 르네상스 시대 거상 가문에서 시작된 대부업은 영국 명예혁명 시기에 화폐발행권을 독점하는 국책은행으로 거듭났는데, 이 과정에서 젠트리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 클럽과 카페도 젠트리와 부르주아 문화이다. 프랑스 절대왕정 시대에 궁정문화를 모방한 살롱문화가 귀족계층에 유행했는데, 여기에 영향을 받아 생겨난 것이 영국의 클럽과 프랑스의 카페이다. 집에 살롱을 마련하기 어려운 젠트리와 부르주아는 외부에 마련된 클럽과 카페에서 신문을 읽고 여론을 형성하며 소통의 문화를 발전시켰다.

글로브 극장을 비롯한 초기 극장은 중세 여관 안마당에 설치된 가설무대를 상설무대로 만들어놓은 것과 비슷한 형태였다. 글로브 극장을 비롯한 초기 극장은 중세 여관 안마당에 설치된 가설무대를 상설무대로 만들어놓은 것과 비슷한 형태였다.

레스토랑은 프랑스의 궁정요리 문화가 부르주아에게 제공되면서 시작됐다. 음식의 맛에 집중하는 미식문화가 중산층에까지 확대된 데는 레스토랑의 역할이 컸다. 18세기부터 부르주아가 극장의 박스석을 소유하기 시작하면서 오페라는 점차 대중화됐다. 오페라보다 좀 더 가볍고 대중적인 희가극인 ‘오페레타’가 유행했고, 이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아울러 20세기 ‘대중문화의 꽃’으로 불리는 영화도 극장에서 탄생했다.

대학은 중세 신학대학을 중심으로 엘리트교육을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킨 부르주아는 엘리트교육을 혁파하고 교육의 평등화와 민주화를 위해 실용교육 위주의 전문학교와 기술학교를 설립했다.

기차가 등장하면서 여행이 한결 쉬워지고, 공장노동에 따른 휴가 개념이 등장했다. 기차가 등장하면서 여행이 한결 쉬워지고, 공장노동에 따른 휴가 개념이 등장했다.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바꾼 것은 산업혁명과 맞물린 철도의 발달이었다. 도심지에 공장이 들어서자 시내는 점차 주거환경이 나빠지고 교외가 주거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열차의 정기권을 구매할 수 있는 부유층이 교외에 살 수 있었지만, 20세기에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교외 주거단지가 중산층의 주거지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사망한 이들을 기리기 위한 판테온이 세워지고, 미국에서 전사한 무명용사들을 기리기 위한 알링턴 국립묘지가 탄생하면서, 국립묘지는 비로소 민중의 죽음을 기억하고 상기시키는 공간이 됐다. 서윤영 지음/궁리/276쪽/1만 6000원.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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