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가스 샌 공중화장실, 수영구청은 단 한 번도 점검 안 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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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고등학생 A(18) 양이 황화수소를 마시고 쓰러진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회타운의 지하 공중화장실. 수영구청은 사고 이후 해당 공중화장실을 폐쇄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지난달 29일 고등학생 A(18) 양이 황화수소를 마시고 쓰러진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회타운의 지하 공중화장실. 수영구청은 사고 이후 해당 공중화장실을 폐쇄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유독가스가 새어 나와 고등학생이 일주일째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중화장실 아래에 있는 오수처리시설에서 황화수소가 누출된 탓으로 추정되는데, 관할 구청은 해당 시설의 배기장치 등을 단 한 차례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관리 사각지대가 떠오르면서 특히 여름철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부산의 해수욕장 인근 화장실 등의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준치 5배 이상 유독가스 검출

오수처리 배기시설 미작동 추정

구청 “매년 12월 하루 오수처리량

300t 이상 되는 시설만 점검”

공중화장실 관리 사각지대 놓여

전반적 시설 점검 필요성 제기

4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3시 40분께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회타운 지하 공중화장실에서 A(18) 양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당시 A 양은 20여 분간 밖에서 기다리던 친구 B(18) 군이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발견됐다. B 군의 신고로 A 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4일까지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당시 A 양이 황화수소를 마시고 쓰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은 지난 2일 오전 3시 20분께 해당 장소에서 100PPM을 초과하는 황화수소를 측정했다. 유해한도 기준인 10~20PPM의 5~10배 이상 수치다. 경찰은 “매일 오전 3~4시에 유독가스를 분해하기 위한 에어 컴프레서가 작동하는데 이때 황화수소가 누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신고를 한 B 군도 화장실에서 가스를 마시고 2번 정도 쓰러질 뻔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황화수소는 오수처리시설의 배기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화장실 배수구로 누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공중화장실 세면대 바닥에 있는 5㎝가량의 배수 구멍을 통해 황화수소가 올라온 것으로 조사됐다”며 "배기장치 등의 시설에 문제가 생겨 유독가스를 배출 통로로 충분히 빼내지 못해 화장실 배수구로 황화수소가 새어 나왔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공중화장실을 관리하는 수영구청은 해당 오수처리시설의 배기장치 등을 단 한 번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2월에 하루 오수처리량 300t 이상인 시설은 점검했지만, 그 이하는 생략해 왔기 때문이다. 수영구청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환경부의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 점검 규정에는 지자체가 점검 계획을 짜게 돼 있다”며 “사고가 난 시설을 포함해 하루에 300t 이하로 오수를 처리하는 시설은 점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리 사각지대가 드러나면서 해수욕장 주변 화장실 등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인다. 수영구청만 해도 관리하는 공중화장실 23곳 중 10곳이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 있다. 수영구청 관계자는 “해수욕장 인근 시설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며 “1998년 다른 건물 안에 지은 유일한 공중화장실에서 사고가 났지만, 나머지 22곳은 구조상 유해가스가 누출될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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