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유튜버 꽁지에도 2차 가해…외모평가하고 "구독자수 늘리려 하나"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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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꽁지' 영상화면 캡처 유튜버 '꽁지' 영상화면 캡처

유튜버 '꽁지'가 고속버스 안에서 성추행을 당해 직접 피의자를 검거하는 영상을 공개해 화제인 가운데, 일부 누리꾼의 2차 가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꽁지는 지난 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고속버스 안에서 성추행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3일 토요일 오전 11시 40분에 고속터미널역에서 출발해 동대구역으로 가는 고속버스안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합의 선처 절대 할 생각 없다"면서 "제가 받은 정신적 피해와 금전적 손해까지 전부 포함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고의 형벌이 내려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꽁지는 당시 상황을 자막으로 설명했다. 영상에 따르면 꽁지는 광고촬영 일정을 위해 고속버스를 이용했다. 휴가철이라 자리가 부족해 동행한 PD와는 앞뒤로 앉게 되었고, 꽁지의 옆자리에는 모르는 남성이 앉았다.

꽁지는 "졸음이 쏟아지는 중에 오른쪽 가슴을 누군가가 만지고 있는 느낌을 받으며 정신이 확 들었다"면서 "이것이 진짜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싶어 자다가 자연스럽게 깬 척을 하고, 일부러 욕을 하며 눈을 천천히 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 옆에서 화들짝 놀라 손과 몸을 치우는 것이 확실히 보였다"며 "수치스러워 참을 수 없었지만 티를 낼 수 없었다. 이 사람을 확실히 잡고 싶었다"고 밝혔다. 꽁지는 "울거나 소리치면서 버스 사람들을 다 깨웠으면 오히려 이 남자가 억울하고 제가 예민한 여자로 몰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고도 털어놨다.

꽁지가 다시 자는 척을 하자 약 15분 후 옆자리 남성은 또 다시 성추행을 했고, 이에 꽁지는 가해자의 팔뚝을 잡으며 낮은 소리로 "자는 줄 알았나. 욕할 때 알아서 멈췄어야지"라고 경고했다.

남성은 발뺌을 했으나 꽁지는 계속 사과를 요구했다. 단호한 태도를 취하자 남성은 이내 "아 예 죄송"이라고 인정했다. 이후 꽁지는 남편에게 연락했고, 남편은 경찰에 신고했다.

꽁지는 인근 휴게소에서 고속버스가 멈춘 뒤 가해자가 사과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가해자는 꽁지에게 "제가 진짜 미쳤었다"며 "진짜 제가 원래 안 이러는데 미쳤었나보다"라고 연신 사과했다. 그는 "누구한테 살면서 나쁜짓을 한 적이 없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꽁지는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뒤 자신은 경북서부해바라기센터로 가서 피해 사실을 진술했으며, 가해자는 다른 경찰서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꽁지가 공개한 유튜브 영상과 인스타그램에는 실제로 현장에 경찰이 출동한 모습이 담겼다. 자신의 SNS에서 꽁지는 "일하러 가는 길에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라며 울분을 토했다.

꽁지는 관련 영상을 올린 이유에 대해 "제 채널에 올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공유함으로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예비 범죄자들에게는 강한 경고를, 피해자분들에게는 위로와 도움이, 성범죄 사건해결에는 충분한 선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또 "일행과 함께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혹시라도 따라하지 말아달라"고도 당부했다.

꽁지의 단호한 대처는 온라인에서 확산되며 화제가 되었다. 7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유튜버 꽁지' '꽁지' 등 키워드가 상위권을 차지한 상태다.

누리꾼 대다수는 유튜브 영상과 SNS에 "절대 선처해주지 마라" "가해자가 꼭 벌을 받기 바란다" 등 응원 댓글을 남겼다. 일부 여성들은 "나도 대중교통에서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며 위로와 공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2차 가해성 댓글도 적지 않다. 관련 소식을 다룬 기사에는 "굳이 영상을 공개하는 이유가 뭔가. 구독자 수를 늘리려는 마케팅이 아닌가"라는 취지의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꽁지의 외모를 평가하는가 하면, "관심을 받고 싶나보다" "이걸 콘텐츠로 이용하네" "조작인 것 같다" 등 진위와 의도를 의심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사 댓글 캡처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사 댓글 캡처

일부 언론의 '클릭 장사'도 2차 가해에 가담했다. "가슴을 만졌다"는 성추행 내용을 제목에 구체적으로 언급한 자극적인 보도가 쏟아졌다. 심지어 일부 매체는 꽁지가 '아찔한 몸매를 뽐내고 있다'며 몸매를 평가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사 캡처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사 캡처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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