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고독 견디며 길어낸 시어의 향연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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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원 시인. 권태원 제공 권태원 시인. 권태원 제공

시인은 시를 길어 올리기 위해 절대 고독을 견뎌야 하는 존재일까. 권태원 시인이 펴낸 열여덟 번째 시집 〈없습니다〉(연문씨앤피)를 보고 든 느낌이다.

<없습니다> 표지. 권태원 제공 <없습니다> 표지. 권태원 제공

권태원 시인, 18번째 시집 펴내

절대 無의 세계서 시 갈구 ‘눈길’

공허·고독·절망서 존재 의미 찾아

이번 시집의 표제작 ‘없습니다’는 공허와 ‘절대 고독’에 처한 시인을 보여준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절대 무(無)의 세계에서 시인은 시를 갈구한다. ‘하루 종일/아무도 오지 않는/빈 방/빈 잔/지금 나에게는/그리운 예수/보고 싶은 부처도/없습니다/사랑하는 사람도/미워하는 사람도/없습니다/詩는/나의 운명입니다’(‘없습니다’ 전문).

‘詩 나그네’란 시도 고독의 향기를 담았다. ‘누가 고요를 노래할 수 있는가/비 내리는 날은 물이 되고 싶다/떠도는 편지처럼 홀로 살아도/외로움을 잊고 지낼 수 있다/진실이 없는 외로움은/한 장의 유언이다/詩(시) 나그네는 음악이 되어야 한다/인생은 온통 물소리/새 소리 바람 소리/저문 가을비 내리는 날은/적막한 바다에 흘러가서/외로운 섬으로 떠 있고 싶다’(‘詩 나그네’ 전문).

시인은 고독과 절망을 밀어내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전한다. ‘시인은 영혼의 십자가/땅 속 깊은 곳으로 가서/투명한 물을 퍼내게 하소서/아 아프고도 아름다운/生의 멍에를 지게 하소서’(‘가을의 기도’ 중).

시인은 고독과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마음이 가난하기 위해선/꽃이 되고 싶다/꽃들의 눈물 속을/걸어가 보고 싶다/부끄러운 부끄러운/마음의 꽃 한 송이/자기의 生을 조명하는/촛불 하나로 빛나고 싶다/우리가 흐르는 물로/만나는 것들, 헤어지는 것들/꿈으로도 오지 말고/등불만으로 홀로 남아 있어라/잠자는 돌처럼 나도 눕고 싶다’(‘눈물 많은 세상’ 전문). 김상훈 기자 neato@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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