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보안 뚫은 드론 정체 확인 않고 수색 중단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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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국가보안시설인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드론 추정 비행체에 이틀 연속 뚫린 사태(본보 15일 자 8면 보도)를 두고 관련 기관들이 이 물체의 정체도 확인하지 않고 수색을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군부대와 경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등은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며 서로 책임까지 떠넘겨, 국가적 안보 위기와 직결될 수 있는 중대 사건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53사단 “대공 혐의점 없다” 종결

경찰 “범죄 연관여부 확인 안 돼”

원전 “추적은 우리 업무 아니다”

국가 안보 위기 직결 사건 방치

방호체계·책임소재 재정립해야

15일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등에 따르면 육군 53사단 등은 12일부터 이틀간 드론 추정 비행체 4~5대가 고리원전 일대를 비행한 사건을 발생 이틀 만에 종결 처리했다. 현재 해당 비행체나 조종사 등의 정체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53사단 측은 “경찰과 공조 수색 및 조사를 벌인 결과 ‘대공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해 군 차원에서는 사건을 종결했다”면서 “비행 방향 및 시간 등을 토대로 이 같은 판단을 내렸으며, 구체적인 사항은 기밀이라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신고를 받고 출동해 수색을 벌였지만 비행체를 발견하지 못했고, 드론이 범죄와 연관되었다는 여부도 확인되지 않아 ‘출동 종결’했다”고 말했다. 고리원자력본부 측도 비행체 격추, 추적 등은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관계 기관의 이 같은 대응을 두고, 원전 보안이 무방비로 뚫린 중대 사건을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정찰, 탐지 등 정밀 촬영이 가능한 군사용인지, 단순 동호회 활동용인지, 환경단체의 감시용인지 등 정체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판단을 내려 수색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앞서 2014년 11월 프랑스에서는 한 달간 원전 주변 상공에서 무인기가 잇따라 출몰해 장관이 직접 대응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고리원전도 이틀 연속 다수의 비행체가 목격된 만큼 정확한 정체를 확인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유사사고를 원천 차단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론 등 비행체 출몰에 대비한 원전 방호체계나 책임소재를 전면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각 관련 기관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사실상 사건 대응에 손 놓은 상태다. 고리원전 관계자는 “방호팀 등이 비행체를 상시 감시하고 있지만, 발견 사실을 내부 상황실과 주둔 군부대 등 외부기관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면서 “이후 발생 상황은 군이나 수사기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53사단 측은 “대공 혐의점이 없기 때문에 우리 역할은 끝이며, 관련 규정에 따라 시설방호에 대한 책임은 해당 시설장에게 있다”고 밝혔다.

기장군은 원전 주변 주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대응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주민 안전과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사태인 만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사건”이라면서 “관련 기관에서 엄중히 책임지고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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