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불 때면 100일간 온기… 칠불사 아자방 비밀 풀렸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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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로 건립되는 아자방 온돌 체험관 내부. 12월 말까지 완공돼 개방된다. 별도로 건립되는 아자방 온돌 체험관 내부. 12월 말까지 완공돼 개방된다.

겨우내 한 번 불을 때면 100일간 따뜻했다는 기록이 전해 오는 경남 하동군 칠불사 아자방(亞字房)의 천년 비밀이 풀렸다.

2015년부터 4년간 이뤄진 아자방 해체·발굴조사 결과 고려 시대 건물터가 확인되고, 그동안 묻혀 있던 아래쪽에서 네모반듯한 모양의 확돌도 처음으로 발굴됐다. 이는 오랜 기간 온기를 간직하기 위해 장작을 한꺼번에 쌓을 수 있는 가마 형태의 대형 아궁이가 존재했음을 뜻한다.

경남건축문화재연구원 조사결과

장작 한꺼번에 적재 가능한

2m 이상 길이 대형 아궁이 발견

좌우 양쪽에 보조 아궁이도 2개

하동군,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6~7일 국제학술대회서 성과 공개

지금보다 훨씬 규모가 큰 주아궁이의 크기와 길이 등도 밝혀냈고, 보조 아궁이도 좌우 양쪽에 두 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고래(구들장 밑으로 낸 고랑) 둑은 8조가 설치돼 있었으며, 축열 기능을 높이기 위해 기와를 쌓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 하동군과 사단법인 한국온돌학회는 오는 6~7일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와 하동군의 지리산 칠불사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갖고 해체·발굴 성과를 공개하는 한편 아자방의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추진키로 했다. 또 아자방을 중심으로 한 한국 온돌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방안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경남건축문화재연구원이 하동군의 의뢰를 받아 아자방 터를 2016년 2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발굴 조사한 결과 길이가 2m 넘는 아궁이와 건물터, 청자편 등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 구조물과 유물을 발굴했다. 이는 아자방 구들이 이미 고려 시대에도 존재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특히 가마 형태의 대형 아궁이 존재를 추측할 수 있는 단서인 확돌을 발굴한 것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아자방은 신라 효공왕(재위 897~912년) 때 구들도사로 불리던 담공 선사가 칠불사에 축조한 아(亞)자형의 이중온돌방으로, 네 모퉁이를 바닥보다 35㎝ 높게 잡아 스님들이 면벽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아자방은 온돌 구조가 특이해 아궁이는 지게를 지고 들어갈 만큼 거대하고, 불을 한 번 때면 49일간 따뜻하고 100일간 온기가 유지됐다는 기록이 있다.

아자방은 만든 이래 1000년을 지내는 동안 한 번도 고친 일이 없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순조 30년(1830)에 화재로 소실되고, 1949년에는 여수 순천 십일구 사건(여순반란사건)으로 국군에 의해 작전상 이유로 불타고 마는 아픔을 겪었다.

아자방 구들은 이후에도 원상태로 남아 있었지만 1982~83년에 복원 사업을 벌이면서 제대로 된 발굴과 고증을 거치지 않는 바람에 예전과 달리 사흘 정도 온기가 지속되는 데 그쳤다. 당시 시굴 조사 결과 1m 이상의 바닥 두께와 10㎝ 두께의 방바닥 장판이 있었고, 구들돌 두께는 20㎝ 이상 되는 것이 많이 발굴됐으나 서둘러 공사를 마치는 바람에 원형이 많이 훼손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이번 발굴을 위해 부엌 바닥과 아궁이, 구들과 고래 등을 모두 해체한 결과 아자방 구들의 천년 비밀을 어느 정도 밝혀낼 수 있었다”며 “발굴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청에 아자방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내년 말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준봉 한국온돌학회 공동회장(중국 심양건축대학 교수)은 “아자방은 우리 민족이 불을 다루는 솜씨가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 주는 걸작 중에 걸작”이라며 “우리나라 전통 온돌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하동군은 칠불사 경내에 아자방 온돌 체험관을 별도로 건립해 우리 선조들의 온돌 기술과 문화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체험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아자방 온돌 체험관은 발굴 결과를 토대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오는 12월 말 완공된다.

글·사진=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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