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 들여온 여성 착취 산물 일부 보존해 역사 기억하자”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폐쇄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곳 일부를 보존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성매매 집결지의 흔적을 모두 지우기보다는 이곳이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여성 인권 유린이 벌어졌던 곳임을 기억하자는 취지다.

국가기록원의 사진을 비교하면 완월동은 100년 동안 시간이 멈춘 곳이나 마찬가지다. 1916년 완월동 가로구획은 현재 완월동 구획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고, 건물의 높이만 3층에서 7~8층으로 달라졌다.

완월동, 일제 역사 집약 현장

보존 가치 높다는 견해 많아

“아픈 역사 기억, 다시는 없게”

2014년 부산연구원 용역에 따르면 현재 완월동에는 성매매 집결지를 포함해 일제 강점기 당시 바다를 매립한 후 남은 해안선의 흔적들도 남아 있다. 일부 업소에는 일본식 가옥의 형태도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완월동이 다른 성매매 집결지와 달리 일제 강점기 역사 일부를 집약하고 있어 보존 가치가 높다고 이야기한다. 민속학자 겸 향토사학자인 부산민학회 주경업 회장은 “개항 이후 일제 강점기 역사를 없애야 할 것으로 보고 싹쓸이하기에 바빴다”며 “일본이 심은 여성 착취의 산물인 성매매 집결지를 기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완월동 성매매 집결지가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인이 옮긴 문화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이곳의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 집결지 인근 성매매 피해 상담소 29곳 중 관련 공간을 부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는 곳은 전주 선미촌 1곳에 불과하다. 자갈마당이 있는 대구는 대구여성인권센터 3층에 기억공간을 조성해 성매매 집결지 관련 자료들을 보관하고 있다. 대구의 자갈마당이나 전주의 선미촌 역시 완월동처럼 일본에 의해 강제로 만들어진 성매매 집결지다.

대구 여성인권지원센터 신박진영 대표는 “일제 강점시대는 성별을 떠나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다”며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성매매 집결지가 일제 잔재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이곳을 보존하고 기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혜랑 기자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