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 미래보고서] 1. 축제만 있는 영화도시 부산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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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찍기’ 좋은 도시에서 ‘만들기’ 좋은 도시로 바꿔라

1996년에 출범한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부산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2014년 영화 ‘다이빙벨’ 사태로 시작된 영화제 외압 사태가 봉합되고, 서서히 이전의 BIFF 모습으로 회복하는 중이다. 10월 BIFF를 비롯해 5월 부산콘텐츠마켓(BCM), 8월 부산국제광고제(AD STARS)가 열려 부산은 1년 내내 영화·영상축제가 개최되는 도시다. 하지만 영화·영상 관련 산업은 없다시피 해 ‘축제만 있는 도시’라는 뼈아픈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그 사이 영화·영상산업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위주로 재편되고 있고, 부산의 대비는 미흡한 실정이다.

기존 영화관 벗어나 넷플릭스 등

시청자 영상 소비 습관 변화에도

부산, BIFF·BCM 등 연중 행사만

영상산업 재편 불구 대비는 미흡

단순 영화 로케이션 촬영지 탈피

OTT 플랫폼 위한 제작 지원 확대

■어디서든 골라 보는 OTT 시대

넷플릭스, 유튜브를 비롯한 OTT의 등장으로 시청자의 영상 소비 습관마저 바뀌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5월 ‘OTT 이용 행태 분석’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조사 대상자 7234명 중 42.7%가 OTT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36.1%, 2016년 35%에 비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추세다. 주 5일 이상 OTT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2018년 36%로 2017년 대비 5.2% 포인트 늘어났다.

OTT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5월 발표한 ‘OTT 서비스’ 설문조사(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시청자는 이제 TV 프로그램을 볼 때 TV(52.2%) 만큼 모바일(28.8%), 컴퓨터(19%)로도 많이 본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이런 경향은 두드러졌는데, 젊을수록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와 컴퓨터로 영상을 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모바일 기기로 영상을 시청하는 경우가 20대 44%, 30대 32.9%, 40대 21%, 50대 17.1%로 집계됐다.

가장 많이 인지하고 있는 OTT 플랫폼은 옥수수(71.8%, 중복 응답)와 넷플릭스(71.2%)였고, 유튜브 레드(63.5%), 티빙(63.3%), 푹(56.3%) 순이었다.

한국에 앞서 북미시장 영화·영상산업은 OTT 위주로 재편되고 있고, 제작사도 이에 맞춰 제작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튜브 채널 YOMYOMF의 설립자 중 한 사람인 필립 정 프로듀서는 “미국은 이미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훌루 같은 OTT 서비스를 하는 플랫폼이 자리를 잡았다”면서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가 늘었다는 점에서 기회로 보고 있고, 실제로 OTT를 위한 영상 제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YOMYOMF는 최근 아시아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Family Style(패밀리 스타일)’을 제작해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했다.

■OTT 시대, 부산은 어떻게 대비?

부산은 그동안 영화 찍기 좋은 도시로 널리 알려졌다. 산과 바다, 원도심의 산복도로, 광안대교와 센텀시티의 마천루는 한국영화의 단골 배경이었다. 부산영상위의 부산 로케이션 촬영 인센티브 제공과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다. 부산에서 일부 찍은 할리우드 영화 ‘블랙팬서’(2018)의 성공으로 할리우드 제작사가 부산 로케이션 촬영을 문의하는 일도 늘고 있다.

로케이션 촬영은 관광 측면에서 도시에 부가가치를 가져오지만, 제작 인력이 수도권에서 내려와 ‘찍고 떠나는’ 방식만 가지고는 더 이상 효용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이 단순히 영화 로케이션 촬영 지원을 확대하기보다는, 실제로 부산에서 영화·영상 제작이 이뤄지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OTT 플랫폼을 위한 웹드라마와 장르물 제작부터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부산영상산업센터에 입주한 영상 제작회사 케이드래곤 김희영 대표는 “영상에 국경이 없어지고 OTT 플랫폼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프로젝트만 좋으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있다”며 “부산시가 밴쿠버나 런던처럼 지역에서 제작하고 지역 인력을 고용하면 인건비를 일부 돌려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한다면 제작이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 같다”고 전했다. 케이드래곤은 현재 부산 제작사 커뮤니케이션 기획단과 협업해, 웹드라마 ‘심야카페’를 제작하고 있다.

김희전 전 CJ ENM 아메리카 북미지역 배급팀장은 “북미시장에서 한국영화 세일즈를 해 보면 호러, 로맨틱코미디 같은 장르물의 경우 문화적 배경을 몰라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장르보다 훨씬 잘 팔렸다”면서 “부산도 여기서 힌트를 얻어 장르물 제작 지원을 확대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LA=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사진=부산영상위원회 제공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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