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중견 건설사 2곳 부도… 커지는 ‘줄도산 공포’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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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 20위권 종합건설사
남흥건설·익수종합건설 부도
경기 침체에 유동성 위기 여파
중소 규모 업체도 부도설 파다
가덕신공항 사업 포함 공공공사
지역 업체 참여 등 지원책 필요

아파트 건설현장(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부산일보DB 아파트 건설현장(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부산일보DB

부산의 중견 건설업체 2곳이 유동성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잇달아 부도 처리됐다. 지난해부터 건설업계 불황이 본격화됐지만 부산에서 20위권의 종합건설업체가 부도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 건설업계는 바닥을 모르는 경기 침체에 줄도산을 우려하고 있다.

6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남흥건설과 익수종합건설이 이달 초와 지난달 말 각각 부도 처리됐다. 남흥건설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790억 원 규모로 부산에서 상위 25위, 전국 307위를 차지했던 업체다. 익수종합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 705억 원 규모로 부산 29위, 전국 344위를 기록했다.

두 업체는 모두 시공능력평가액 700억 원 이상으로 부산에서 ‘중상위권’으로 손꼽히던 곳이었다. 전국 100위 규모의 광주지역 대표 건설사인 한국건설도 지난달 29일 법원에 회생 신청을 제출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 오던 업체들이 잇달아 부도가 나면서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건설업 침체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부산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종합건설업체가 무너진 적은 여태 없었다. 올해 들어 부산에서는 하도급 위주인 전문건설업체 2곳이 부도가 난 게 전부였다.

특히 남흥건설 부도의 여파는 더욱 클 전망이다. 1969년 설립된 남흥건설은 냉동창고, 건축, 토목, 전기, 소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력을 펼쳐 왔던 55년 전통의 지역업체다. 최근에는 사세가 위축돼 지역 순위 상위권에서 밀려났지만 부산의 ‘1세대 건설업체’로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익수종합건설 역시 2001년 설립돼 건축, 토목은 물론 철근·콘크리트 공사 분야에도 진출했던 업체다. 아파트 브랜드로는 ‘에코하임’이 있다.

지역 건설업계는 두 업체 부도의 파장에 주목하면서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마음을 졸이고 있다. 다행히 부도는 면했지만 이번에 부도가 난 업체보다 규모가 훨씬 큰 부산의 한 건설업체는 지난 3월 말 유동성 위기를 맞기도 했다. 중소 규모인 복수의 지역 업체에서도 부도설이 나돌고 있다.

부산의 한 건설사 임원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러다 사업장 한 곳에서 돈줄이 막히면 곧장 부도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며 “종합건설업체가 부도를 맞게 되면 그 밑에 달린 수많은 지역 하도급 업체들 역시 당장 어려움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지역 업계는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벼랑 끝에 내몰린 업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간 주택 사업장에서는 미분양 우려가 높기 때문에 공공 공사에라도 지역 업체 참여를 확대하고 공사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주를 앞둔 가덕신공항 건설사업과 공사비 현실화로 갈등이 장기화되는 에코델타시티 등 민관 참여 사업장이 대표적이다.

대한건설협회 정형열 부산시회장은 “부산 지역 업체들이 그간 축적한 기술력은 전국 어디를 내놔도 부족함 없이 뛰어나다. 총사업비가 14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가덕신공항 사업에 부산 업체가 배제된다면 더는 활로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최근에는 인건비와 함께 현장 관리비용 등도 큰 폭으로 뛰었다. 규제 완화를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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