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사랑하던 섬 저도, 국민 사랑도 받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일제강점기 이후 83년 만에 민간에 개방된 경남 거제시 저도에 17일 오후 3시 일반인 관광객들이 처음 도착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일제강점기 이후 83년 만에 민간에 개방된 경남 거제시 저도에 17일 오후 3시 일반인 관광객들이 처음 도착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마침내 바닷길이 열렸다. 대통령 별장에다 군사 기지까지 들어서면서 아무나 갈 수 없었던 ‘금단의 섬’ 경남 거제시 저도가 47년 만에 누구나 갈 수 있는 ‘만인의 섬’이 됐다.

대통령 별장·군사 기지로 ‘금단의 섬’

47년 만에 뱃길 열려… 1년간 시범 개방

17일 관광객·초청 인사 300명 첫 방문

키 큰 소나무 숲 등 초록의 향연 펼쳐져

한려수도 비경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

운영성과 평가 뒤 단계적 전면 개방 추진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장목면 임호마을 몽돌해변 끝자락에 자리 잡은 궁농항. 멀리 거제와 부산을 잇는 총 길이 8.2㎞의 거대대교가 보인다. 섬과 섬을 잇는 하얀 사장교 옆으로 툭 튀어나온 섬 하나. 대통령 별장이 있어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을 담아 ‘청해대((靑海臺)’로 명명된 저도다. 당장이라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뿌~~웅’. 오후 2시 40분이 되자 뱃고동 소리와 함께 260t급 대형 유람선 저도1호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주민을 내쫓고 군사기지로 만든 게 83년 전,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돼 일반인은 접근조차 못하게 된 지 47년 만에 민간인을 싣고 저도로 향하는 첫 유람선이다. 승객은 모두 300명. 일반관광객 200명과 초청 인사 100명이다.

이날 첫 유람선이 뜬다는 소식에 어렵게 예매에 성공했다는 김민수(경남 창원) 씨는 “말로만 듣던 대통령 휴양지가 어떤 모습일까 너무 궁금하다”고 했다.

궁농항을 출발한지 불과 20분여. 이내 저도 선착장에 닿는다. 역사적인 첫 발. 한껏 들뜬 표정의 한 방문객은 “이게 뭐라고, 47년을 둘러 왔다”며 감격해했다. 청량감 그득한 키 큰 소나무 숲이 방문객을 맞는다. 그 뒤로 펼쳐진 초록의 향연. 이번 개방에 맞춰 ‘연리지 정원’으로 새 단장한 9홀 골프장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83년 만에 민간에 개방된 경남 거제시 저도 내 연리지 정원(옛 골프장). 일제강점기 이후 83년 만에 민간에 개방된 경남 거제시 저도 내 연리지 정원(옛 골프장).

방문객들은 먼저 와 대기 중이던 안내요원을 따라 20~30명씩 조를 나눈 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연리지 정원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모래 해변이다. 2013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도의 추억’이란 글을 썼던 바로 그곳이다. 해변 끝에 대통령 별장이 있다.

왼쪽에는 해군 콘도와 전망대로 이어지는 탐방로가 있다. 총 길이 3.5㎞, 두 갈래로 나눠진 탐방로도 이번에 ‘이순신로’ ‘율포로’란 새 이름을 얻었다. 율포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왜 수군을 무찌른 거제시 장목면 일대 앞바다를 일컫는다.

경남 거제시 저도 내 전망대 아래 참호에서 바라본 거가대교. 김민진 기자 경남 거제시 저도 내 전망대 아래 참호에서 바라본 거가대교. 김민진 기자

해변을 따라 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금세 전망대에 오른다. 저도의 추억을 남기기 딱 좋은 지점이다. 쪽빛 바다에 보석 같은 섬들이 그려내는 한려수도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산을 향해 쭉 뻗은 거가대교를 따라 하늘에 닿을 듯 솟은 150m 높이 주탑과 사장교의 웅장함도 감탄사를 자아낸다. 덕분에 사방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터져나온다.

노모와 함께 부산에서 왔다는 손지영 씨는 “바다 근처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런 느낌은 또 처음”이라며 “특별한 장소라 그런지 더 감동이 있다”고 했다.

83년 만에 민간에 개방된 경남 거제시 저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거가대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김민진 기자 83년 만에 민간에 개방된 경남 거제시 저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거가대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김민진 기자

진한 여운을 안고 돌아오는 길, 대통령 별장이 얼핏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들어갈 볼 순 없다. 앞서 거제시와 국방부 그리고 청와대 경호실은 경호와 보안을 이유로 비공개하기로 했다. 1시간 30분, 섬 곳곳을 둘러본 방문객들은 아쉬움을 남긴 채 발걸음 돌렸다.

지인과 함께 저도를 찾은 박경수 씨는 “가족과 함께 꼭 다시 한 번 와 보고 싶다. 그때는 대통령 별장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거제시는 이날 유람선 첫 출항에 앞서 ‘국민과 함께하는 저도 개방 기념행사’를 열었다. 거제시 블루시티관현악단과 소년소녀합창단 축하 공연에 이어 어민들의 해상 퍼레이드가 계속됐다. 특히 거제시와 행정안전부, 국방부, 해군, 경남도 5개 기관은 이 자리에서 저도 개방에 따른 협약을 체결했다.


'저도 연리지 정원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나오는 모래 해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도의 추억'이란 글을 쓴 장소다. 김민진 기자 '저도 연리지 정원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나오는 모래 해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도의 추억'이란 글을 쓴 장소다. 김민진 기자

협약서에는 저도 개방과 관리권 전환 추진을 위한 각 기관의 역할, 저도 상생협의체 운영, 저도 시범 개방에 대한 세부사항을 담았다. 이를 토대로 1년간의 시범 개방이 끝나면 운영성과 등을 분석·평가해 단계적으로 전면 개방을 추진할 방침이다.

저도 방문객은 입도 희망 이틀 전까지 유람선사에 전화(055-636-7033, 055-636-3002) 또는 인터넷(http://jeodo.co.kr)으로 신청해야 한다. 보안 시설인 해군 기지가 있어 사전에 해군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람선은 앞으로 월·목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 20분, 오후 2시 20분 2회 왕복한다. 궁농항→거제 한화리조트 앞 해상→거가대교 3주탑→저도→거가대교 2주탑→중·대죽도→궁농항 코스다. 승선부터 귀항까지 2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실제 저도에 머무는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다.

왕복요금은 초등학생 이하 1만 5000원, 중학생 이상 2만 1000원인데, 인터넷 예약 시 1만 8000원으로 할인된다. 거제시민은 나이와 상관없이 1만 5000원을 내면 된다. 김민진 기자

저도 바닷길이 열린 17일, 유람선 취항에 앞서 거제시와 행정안전부, 국방부, 해군, 경남도 5개 기관이 저도 개방에 따른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서에는 저도 개방과 관리권 전환 추진을 위한 각 기관의 역할, 저도 상생협의체 운영, 저도 시범 개방에 대한 세부사항을 담았다. 거제시 제공 저도 바닷길이 열린 17일, 유람선 취항에 앞서 거제시와 행정안전부, 국방부, 해군, 경남도 5개 기관이 저도 개방에 따른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서에는 저도 개방과 관리권 전환 추진을 위한 각 기관의 역할, 저도 상생협의체 운영, 저도 시범 개방에 대한 세부사항을 담았다. 거제시 제공

부산일보 | ‘금단의 섬’ 경남 거제시 저도 47년 만에 ‘만인의 섬’으로.

부산일보 유튜브 구독하기 ☞ http://goo.gl/Nu46ky

부산일보 네이버TV 구독하기

디지털본부 정수원 PD blueskyda2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