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금융의 역할에 성찰을 요구한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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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미국의 자동차 왕이었던 헨리 포드는 20세기 초 미국을 자동차 중심의 세계 제조업을 주도하는 국가로, 그리고 20세기 이후 100여 년 넘게 미국을 세계를 주도하는 패권국으로 발돋움시키는 물적 기반을 만든 역사적 인물이다. 포드는 1890년 에디슨 조명공장의 기사로 재직하면서 자동차 내연기관을 완성하였다. 2년 후 29세의 젊은 나이에 자동차 제작을 시작해 1903년 디트로이트 인근에 세계 최초 대중차 ‘모델 T’를 만들고 자동차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 1929년에는 모델 T 단일차종 1000만대라는 경이적인 생산능력을 보여주었다. 포드는 당시 소 도축장에서 사용되던 이동식 벨트를 자동차 생산방식에 적용하여 연결된 흐름 작업조직을 만들고 제품의 표준화(Standardization), 부품의 단순화(Simplification), 그리고 작업의 전문화(Specialization)라는 소위 3S 운동을 전개했다. 1900년 초 연 4000여 대 생산에서 1920년에는 연 190만대 생산으로 이어지는 비약적인 노동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져 미국의 압도적 생산력 우위의 기초를 만들었다.

“금융 지배한 유대인 기여 없이 약탈”

자동차 왕 포드, 히틀러와 의기투합

적자 해운기업, 은행 융자 과다 지출

금융 긍정적 역할에 회의적인 상황

이렇듯 20세기 초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만들었던 포드는 그 역사적 과업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결코 존경받는 인물은 아니다. 공장 내 노조설립 방해 등 노동자 탄압뿐만 아니라 문란한 여성 관계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인물이었다. 무엇보다도 그가 미국 내 대표적 나치주의자로 아돌프 히틀러와 깊은 친분을 유지해 왔다는 점도 논란이 되는 대목이다. 히틀러는 〈나의 투쟁〉이라는 저서에서 포드를 ‘존경하는 미국인’으로 언급하고, 더 나아가 포드에게 독일 국민훈장을 수여하였다. 포드는 세계적인 대기업으로의 폭스바겐 설립이라는 히틀러의 독일 국민차 프로젝트에 기술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로 인해 포드는 2차 대전 종전 후 전범으로 기소될 위기에 처했으나 1947년 사망으로 종결되었다.

100여 년 전 교통과 통신이 쉽지 않았던 시절에 대서양 건너 포드와 히틀러가 도대체 왜 깊은 교분을 유지하였던 것인가? 인종차별주의, 즉 반유대주의적 성향 때문이었다. 히틀러의 반유대주의 노선과 유대인에 대한 무자비한 악행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독일의 경제적인 공황이 극에 달했을 때 당시 상업과 금융을 지배하고 있던 유대인에 대한 일반 대중의 분노가 깊었다. 은행에 가면 은행의 창구직원은 독일인이지만 경영자는 유대인, 그리고 상점에 가면 점원은 독일인이지만 주인은 유대인이었다. 히틀러는 이런 독일 대중의 반유대인 정서를 반유대주의 노선의 실행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권력 장악에 이용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왜 기업가인 포드가 극단적인 반유대주의자가 되어 히틀러와 의기투합하였는가? 미국 내 유대인들의 금융지배에 대한 포드의 반감 때문이다. 포드는 자동차 공장에서 자신이 온 정력을 투입하여 창출한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을 금융비용으로 뺏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금융을 지배하는 유대인들이 전혀 생산활동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약탈만 일삼는다는 박탈감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로 인하여 극심한 반유대주의 성향을 지니게 되었다. 이런 반유대주의 성향으로 2차 대전 종전까지 히틀러와 공감하고 의기투합하였던 것이다.

국민경제에서 금융은 가계에서 적립한 돈을 기업에 대출하여 기업의 투자로 국민경제의 생산력을 증대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 면에서 금융이 생산에 기여하지 않으며 기업의 생산활동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약탈한다는 포드의 시각은 올바른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당면한 우리나라 현황은 이런 금융의 긍정적 역할에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 현황을 보면 상당수 기업이 적자를 보고, 대다수 기업의 영업이익이 악화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4대 시중은행은 영업 호전으로 순이익이 올해 상반기에만 20조 원이 넘었다. 우리나라 해운기업을 보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대부분 해운기업의 영업이익이 적자이거나 바닥 수준이다. 반면 그 해운기업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 중 상당 부분이 금융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금융의 역할에 대한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으로 보인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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