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 정박 2만t 화학물질 운반선 화재… 울산이 공포에 떨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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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울산시 동구 염포부두에서 전날 폭발 화재가 발생한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가 불에 탄 채 여전히 연기를 내뿜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울산시 동구 염포부두에서 전날 폭발 화재가 발생한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가 불에 탄 채 여전히 연기를 내뿜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 염포부두에 정박한 화학운반선에서 3차례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나 승선원과 하역 근로자 등 1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이은 폭발로 유독 연기가 대량 발생해 도심까지 퍼져 시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선박에 실린 수만t의 유해 물질이 유출됐다면 자칫 도시 전체에 대형 재난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오전 염포부두서 폭발

불기둥 치솟고 도심까지 유독 연기

진화·구조 중에도 2차례 더 폭발

18명 중경상 18시간 만에 진화

“도시 전체 대형 재난 발생할 뻔”

‘펑!’ 지난 28일 오전 10시 51분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2만 5881t급 케이맨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인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이 났다. 미사일을 맞은 듯 버섯 모양의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았다. 불은 옆에 정박해 있던 6583t급 석유제품운반선 바우달리안호로 번지면서 급격히 커졌다.

시커먼 연기가 울산대교 교량 상판을 덮치면서 한때 차량 통행이 금지됐고, 검은 연기가 남구 도심까지 뒤덮었다. 플라스틱 제조 원료인 스틸렌 등 화학물질이 타며 유독 가스가 발생해 사고 현장 반경 500m까지 출입이 통제됐다. 울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도 여러 차례 시민들에게 안전 문자를 보내 외출 자제를 안내했다.

해경과 소방당국은 5분 만에 현장으로 출동,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진화와 구조 작업을 동시에 벌였다. 그러나 오후 1시 55분 진화 과정에서 2차 폭발이 발생했고, 3시 25분 3차 폭발이 이어졌다.

당국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화재 의심 탱크 주변으로 냉각수 400t과 소화포를 집중 살포했다. 화학방제1함과 방제정, 소방정 등이 유해화학물질이 바닷물과 반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화약재인 내알콜포를 쏟아부었다. 화재 당시 선박 내부에서 거센 불길과 검은 연기가 계속 뿜어져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당국은 화재 발생 18시간 30여 분만인 29일 오전 5시 25분 완전 진화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불이 난 두 선박에 타고 있던 러시아와 필리핀 등 외국 국적 선원 46명이 전원 구조됐다. 하지만 구조된 선원 중 3명과 한국인 하역 근로자 8명, 진화와 구조활동을 하던 소방관 2명과 해양경찰관 5명 등 총 18명이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마시는 등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 중 1명은 중상이며, 나머지는 경상이라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해경과 소방당국의 발 빠른 대처로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불이 난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는 스티렌모노머(SM) 5245t, 메틸 메타 크릴레이트(MMA) 889t 등 수십 종 2만 3000t의 화학물질이 실려 있었다. 29일 오전 9시 50분 당국이 사고 지점의 유해가스를 측정한 결과 마시거나 피부로 흡수하면 자극 또는 화상을 입게 되는 SM의 경우 118PPM으로 국내 허용기준 20PPM의 6배 가까이 많았다. 유출 시 최소 300m 이상 대피해야 한다.

해경은 “유독 가스로 인한 주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화학방제함에서 지속해서 유독 가스를 탐지해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있다”며 “화재 선박 주변에 오일펜스 600m를 이중 설치해 방제작업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8일부터 29일 오전까지 울산 경찰에는 ‘매캐한 냄새가 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차량 위에 검은 비가 내려 있다’는 등의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번 사고가 자칫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만큼 철저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방당국은 현재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내 탱크 38기 중 1곳에서 폭발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바우달리안호는 석유제품을 받기 위해 육지 탱크로리의 질소를 공급받아 배관 찌꺼기를 청소(퍼지 작업)하고 있었다. 해경은 두 선박의 이송 준비 작업과 찌꺼기 제거 작업에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할 예정이지만, 아직 선체에 열기가 남아 있고, 화학물질 등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원인 조사가 늦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29일 오전 송철호 울산시장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고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피고 부상자에 대한 세심한 구호 조치 등을 당부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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