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공간 집약·OTT 작품 상영작 선정… 혁신 또 혁신하라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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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 미래보고서] 6. BIFF 나아가야 할 길은

토론토국제영화제(TIFF)는 화려한 개막식은 없지만 매일 레드 카펫이 유명 배우와 영화인으로 북적인다. 영화 ‘더 골드핀치(The Goldfinch)’로 TIFF를 찾은 배우 니콜 키드먼이 관객과 사진을 찍는 모습. TIFF 제공 토론토국제영화제(TIFF)는 화려한 개막식은 없지만 매일 레드 카펫이 유명 배우와 영화인으로 북적인다. 영화 ‘더 골드핀치(The Goldfinch)’로 TIFF를 찾은 배우 니콜 키드먼이 관객과 사진을 찍는 모습. TIFF 제공

화려한 개·폐막식은 없다. 공식적인 마켓도 없다. 하지만 매일 유명 스타가 레드카펫을 빛낸다. 수많은 바이어가 영화 판권 구매를 위해 분주히 오간 끝에 실제 계약이 성사된다. 어느새 세계에서 네 손가락 안에 드는 영화제가 된 토론토국제영화제(TIFF) 얘기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TIFF는 BIFF의 선배이자 BIFF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세계 4대 영화제 ‘토론토영화제’

마켓 없어도 작품 거래 활발

북미영화시장 ‘테스트베드’ 역할

OTT 작품 개막작 상영 등 파격

시대에 발맞춘 유연한 대처 능력

BIFF, 트렌드 살펴 선제 대응 절실

■토론토국제영화제는 어떤 영화제?

자원봉사자 3600명, 민간후원자 1만 7000명을 자랑하는 북미 최대의 영화 페스티벌이 바로 TIFF다. 지난달 5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제44회 TIFF 현장을 방문했다.

칸·베를린·베니스영화제처럼 권위 있는 영화인이 올해의 작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경쟁 영화제는 아니다. 영화인과 시민의 축제인 비경쟁 영화제라는 점에서 BIFF와 닮은 구석이 많다. 하지만 아직 마켓 기능이 약한 BIFF와 달리, TIFF는 마켓이 없으면서도 거래는 활발하게 일어난다. 비결이 궁금했다.

개막일, TIFF의 전용관인 TIFF 벨 라이트박스(TIFF Bell Lightbox)를 중심으로 킹 스트리트 웨스트 거리의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 평소 스트리트카(전차)가 다니는 주요 도로인데 개막일부터 주말(5~8일)까지는 온종일 통제하고, 다시 평일이 시작됐을 때는 일부 시간에만 통제하는 유동적인 ‘차 없는 거리’를 만들었다.

이곳은 초청작 프리미어(첫 상영) 때는 감독과 출연 배우가 방문하는 레드카펫이 됐고, 평소에는 영화를 즐기러 온 시민의 공간이 됐다. 각종 푸드트럭과 스폰서 부스가 길가에 늘어서 축제 분위기가 실감 났다. 영화를 300편 이상 상영하다 보니 상영관은 도시 내 엔터테인먼트 지구 안에 있는 영화관으로 분산돼 있었지만, 주요 축제 공간을 집약함으로써 효율성을 더했다. BIFF 전용관인 영화의전당과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인 BIFF 입장에서는 참고할 점이 많다.

한편 TIFF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무엇보다 거의 일반 상영 편수에 못지않은 ‘P&I(Press&Industry)’ 상영이 많은 점이 놀라웠다. P&I도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프라이오러티(Priority)’는 우선권 P&I 패스를 가진 사람이 상영 15분 전 먼저 자리를 확보할 수 있고, ‘프라이빗(Private)’은 바이어나 제작사 관계자만 참석 가능한 상영이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상영을 시작해 오후 11시까지 기간 중 P&I 대상의 상영 스케줄이 가득 잡혀 있었다. 전 세계의 언론과 업계에서 몰려오다 보니, P&I 상영조차도 일찍 줄을 서야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TIFF 전용관인 TIFF 벨 라이트박스로, 앞 거리는 영화제 동안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된다. 조영미 기자 TIFF 전용관인 TIFF 벨 라이트박스로, 앞 거리는 영화제 동안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된다. 조영미 기자

■TIFF는 혁신하는 영화제

TIFF를 영화인이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비경쟁 영화제인 만큼 시상 분야는 많지 않은데, 유독 TIFF에서 관객상(People’s choice awards)을 받은 작품이 다음 해 2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을 받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TIFF가 북미 영화시장의 ‘테스트 베드’가 되는 셈이다. 할리우드 제작사가 TIFF를 월드 프리미어 장소로 선호하는 이유다. 또 TIFF 관객상은 북미 시장 흥행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예를 들어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그린북’(2018)은 지난해 TIFF에서 관객상 1등을 차지했다. 올해는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조조 래빗(Jojo Rabbit)’이 1등상,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이야기’가 2등상을 받았고, 3등상에는 한국영화 ‘기생충’이 선택을 받았다. 영화 상영이 시작되고도 자리가 생기면 상영관에 들어갈 수 있을까 기대하며 ‘러시 라인(Rush Line)’에 줄을 서는 관객이 많을수록, 관객상 수상 가능성은 커진다. ‘기생충’ 역시 100명 이상의 관객이 러시 라인에 줄을 서 인기를 증명했다.

TIFF는 혁신하는 영화제다. 칸 영화제가 넷플릭스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회사의 작품이 극장 전용 작품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작품이 좋아도 상영작으로 선정하지 않는 데 반해, TIFF는 처음부터 경계를 두지 않았다. 지난해 개막작은 무려 넷플릭스가 제작한 ‘아웃로 킹’이었다. 올해도 넷플릭스, 아마존 등 OTT 플랫폼에서 제작한 초청작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올해 야심 차게 선보인 캠페인은 ‘Share Her Journey(그녀의 행보를 공유하다)’였다. TIFF는 전체 상영작의 36%가 여성이 감독하거나 공동 감독, 기획을 맡았다고 밝히며 이 캠페인을 시작했다. 여성 영화를 적극 지원하기 위한 모금에 관객의 동참을 유도한다. 시대에 발맞춰 유연하게 대처하는 기획력이 돋보였다.

핵심은 세계적 흐름을 살펴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혁신해 온 점 덕분에 TIFF가 비경쟁 영화제로서 세계 4대 영화제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거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를 자처하는 BIFF가 내년 25주년을 앞두고 배울 점이 많은 영화 축제였다. -끝-

토론토(캐나다)=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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