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산김정한문학상에 김성동 소설가 ‘민들레꽃반지’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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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음모에 저항하다 꽃잎처럼 떨어져 간 삶에 바치는 상”

김성동 소설가는 “<민들레꽃반지>는 좌우 이념 대립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부모님께 바치는 제의 형식의 소설”이라고 했다. 솔출판사 제공 김성동 소설가는 “<민들레꽃반지>는 좌우 이념 대립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부모님께 바치는 제의 형식의 소설”이라고 했다. 솔출판사 제공

“수상 소식을 전화로 전해 듣고 어머니, 아버지 영정 앞에 향을 피우고 재배를 했습니다. 눈가로 축축한 것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고 끝내 통곡을 했어요. 서럽고 원통함을 간직한 채 한반도 위를 떠돌고 계실 두 분 넋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민들레꽃반지〉로 제36회 요산김정한문학상을 받은 김성동 소설가의 얘기다. 수상작 〈민들레꽃반지〉는 해방공간에서 좌익운동에 투신한 작가 부모와 연좌제에 시달린 가족사를 고백하는 자전적 단편 ‘민들레꽃반지’ ‘고추잠자리’ ‘멧새 한 마리’ 등 세 편을 묶은 소설집. 좌익과 우익의 이념적 대립이 한 나라의 민족성을 어떻게 갈라놓고 나아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고발문학 형식이다.

"8·15와 6·25 전후

똑고르게 행복한 삶을 이루고자

싸우다 돌아가신 이들의 정신을

그들 삶의 한 자락을 통해

보여 주고 싶었다"

김 소설가는 “요산문학상 수상은 제국주의의 분단 음모에 온몸을 던져 저항하다 꽃잎처럼 떨어져 간 부모님의 삶에 우리 사회가 고개를 숙인다는 뚜렷한 증거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불행한 가족사 넘어 ‘구도의 작가’로

1947년 충남 보령 출생인 작가는 한국전쟁 와중에 아버지를 잃었다. 그의 아버지는 조선 시대 명문가의 후손으로 일제에 저항한 독립운동가였고, 해방 후 좌익 활동을 하다가 한국전쟁기에 충남 대덕군 산내면 골령골에서 좌익 인사들과 함께 학살당했다. 그의 어머니는 남편의 뜻을 좇아 여성해방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충남 보령지역 남로당 여맹위원장을 지냈다.

작가는 성장기를 줄곧 전쟁과 이데올로기가 남긴 깊은 상처 속에서 방황하다가 1965년 입산했다. 구도를 위해 불문의 사문이 되어 12년간 정진했으나 1976년 하산했다. 1978년 구도에 목말라 방황하는 한 젊은 사문의 의식과 행적을 그린 장편소설 〈만다라〉를 출간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로 인해 소설가라는 형극의 길로 접어든 것이죠. 소설가가 된 것은 이 사회가 인정하는 ‘쯩’을 얻기 위한 비원(悲願) 때문이었죠. 방황하는 젊은이의 잿빛 노트인 졸작 〈만다라〉로 소설가 ‘쯩’을 얻은 것도 오로지 어머니, 아버지의 슬픈, 그러나 참으로 자랑스러운 삶을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었죠.”

그는 “연좌제 쇠사슬에 묶여 할 수 있는 것은 ‘돌판’ ‘중판’ ‘글판’이었다”고 했다. 최종 학교 졸업증명서와 신원보증서가 없어도 됐기 때문. “프로기사가 되어 밥을 먹어보겠다고 ‘바둑 동네’를 넘겨다 보았고, 부처가 되어 아버지 슬픈 영혼을 천도하고 고통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 시대 중생을 계도해보겠다고 절집으로 드메들어 눈물의 목탁을 때려보았으나 잘 안됐어요. 마지막 남은 소설가 길만은 현재진행형이므로 죽은 뒤에나 결판이 나겠지요.”

애통하게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제의

부친에 대한 애달픈 ‘제망부가(祭亡父歌)’인 ‘고추잠자리’와 온갖 고문과 투옥 등 파란만장한 삶을 마친 어머니를 기리는 ‘제망모가(祭亡母歌)’인 ‘멧새 한 마리’는 제의(祭儀) 형식의 소설이다. 왜 이러한 형식으로 썼을까.

“민주화가 됐지만, 여태도 완강하게 남아 있는 반공 이데올로기 때문이죠. 검열의 무서운 눈초리를 피해보고자 하는 슬픈 바람에서 찾아낸 것이 제문 형식이었죠. 제아무리 악독한 세상이라고 해도 원통하고 절통하게 돌아간 제 부모를 제사 지내는 글을 가지고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작가는 수상작을 통해 “8·15와 6·25 전후에 우리 겨레 모두 똑고르게 행복한 삶을 이루고자 온몸을 던져 싸우다 돌아가신 이들의 정신을 그들 삶의 한 자락을 통해서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1979~1980년 ‘서울의 봄’ 때 요산 선생을 찾아뵙고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그때 받았던 산문집 〈사람답게 살아가라〉를 지금도 소중히 지니고 있다. “요산 선생님 작품은 분단시대 작가들이 본받아야 할 민족문학의 사표입니다. 선생님이 쓰신 작품 가운데 특히 등단작인 〈사하촌 사람들〉이 가슴을 챘습니다.”

작가는 차기작에 대해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 11월까지 아버지와 어머니가 무엇을 위해 누구와 어떻게 싸우다가 돌아가시게 됐는지의 구체적 모습을 단편 형식으로 담아내고 싶다”고 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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