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감만시장 12억 곗돈 사기 사건…30년 토박이에 당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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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바닥에 오래 있었고 자녀들도 능력이 있다고 해서 그만큼 믿었지예.”

22일 부산 남구 감만동에 사는 B 씨는 모두가 A(67·여) 씨를 믿었다고 털어놨다. A 씨는 요구르트를 배달하다가 반찬 가게를 운영하며 30년 넘게 감만시장을 지킨 토박이였다. 마당발인 그는 오랜 세월 여러 계모임을 운영했고, 상인들과 주민들은 그를 믿고 돈을 건넸다. 은행 계좌로 돈을 넣기도 했지만, 그를 신뢰한 이들은 직접 곗돈을 들고 찾아가기도 했다.

요구르트 배달하다 반찬 가게 운영

여러 계모임 주도, 주민 신뢰 두터워

올해 5월 입원 등 이유 곗돈 지급 미뤄

83명 피해 ‘12억 원’ 사기 혐의로 구속

경찰 “곗돈 일부 생활비 등으로 사용

돈 모자라면 새 계 만들어 돌려막기”

모두가 믿었던 A 씨는 올해 갑자기 곗돈 지급을 미루기 시작했다. 5월에는 돌연 입원했다. 수면제 복용이 이유였다. 주민과 상인들의 계속된 요구에도 A 씨는 결국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주민 B 씨는 “800만 원 넘게 돈을 받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장부도 제대로 작성돼 있지 않았다”며 “영세한 상인들이 자식들 돈까지 부었는데 어디에 쓰였는지도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곗돈 12억 원가량을 빼돌린 혐의(사기)로 A 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A 씨는 2017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감만동에서 운영한 계모임을 통해 주민과 상인 등 83명에게서 총 11억 9000만 원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오랜 시간 계모임을 운영하던 A 씨는 곗돈 일부를 생활비 등에 사용했고, 지급할 돈이 모자라자 2017년 6월에 새로운 계모임을 만들었다. A 씨는 새롭게 받은 돈으로 기존 계모임의 곗돈을 돌려막은 뒤 일부는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면서 결국 곗돈을 지급하지 않기 시작했다. 경찰은 “올해 5월까지 곗돈 지급을 계속해서 미뤘는데 어느새 한 달에 지급해야 할 돈이 5억 원까지 불어난 상태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A 씨가 마지막에 곗돈을 타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계원들을 속였다고 밝혔다. A 씨가 올해 5월까지 곗돈 지급을 미루다 입원하자 83명의 주민과 상인 등은 올해 6월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경찰은 지난달 3일 A 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랜 시간 지속되던 계모임이 깨지거나 갑작스레 돈을 지급하지 않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며 “관계가 오래됐더라도 계모임이 제대로 된 규칙 등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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