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故 설리 죽음에 일조한 언론들…4년 동안 1만 건 넘게 보도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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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지난달 14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의 죽음을 조명했다.

16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故설리를 죽음으로 내 몬 원인을 다뤘다. 이날 방송에서는 악성 댓글을 달았던 누리꾼에 이어 언론사 기자들도 등장했다.

설리는 종종 예고도 없이 팬들을 찾아가는 등 팬들과 소통을 즐긴 것으로 알려져있다. 실시간방송과 SNS로 팬들과 스케줄을 공개하기도 했다.

설리의 팬 A씨는 "배우들은 스케줄을 공유하기가 어렵다"며 "그래서 설리가 SNS 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게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NS에서라도 팬들과 소통하고자 했는데 그것마저 기자들의 먹잇감이었다. 뭘 올리든 논란이 됐으니까"라고 지적했다.

실제 설리의 SNS 글은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설리의 팬들은 "나중에는 설리의 SNS 사진들을 다 기사로 볼 수 있었다. 기사가 먼저 말해준다. 24시간 모니터링 하는 줄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제작진은 뉴스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통해 설리가 개인 활동을 시작한 2015년 8월 7일부터 숨지기 직전까지 64개 언론사에서 설리를 다룬 기사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 기간 쓰여진 기사 수는 총 11321건으로, 가중치가 가장 많은 단어는 인스타그램이었다.

제작진은 해당 언론사 기자들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취재에 응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설리 수위 점점 높아져 '입안 거품+바닷물 핥기'라는 기사를 썼던 한 기자는 "지금 듣기로는 제 탓이라는 식으로 들린다. 어제 당장 쓴 기사도 아니고 몇 년전 기사인데 제가 그걸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럼 PD님은 그걸 왜 취재하느냐. 지금 잠잠해졌는데 다시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녀 설리 클럽 가면 야한 성인' '또 설리…홍등 아래 표정 야릇' 등 기사를 내보낸 언론사 관계자는 "기자의 실수인 것 같다"며 "사람의 실수로 인해서 나간 건데 그걸 꼬투리 잡아서 너희 매체는 이런 식이 야니냐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처럼 들리니 굉장히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고 오히려 화를 냈다.

그러면서 "사실 포털사이트에 조중동부터 시작해 모든 신문사들이 아마 설리가 키워드에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F사 언론 관계자는 "다른 언론사 베껴 쓴거다. 대부분 다 나와 있는 기사들을 텐데 쓰다 보니까 원래 기자들 보면 다 재탕해서 쓰지않나"고 반문하면서 "저희는 큰 언론사가 아니니까 더 그럴 수밖에 없다. 검색어 따라가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리의 SNS 사진 한 장으로 선정적인 기사 세 건을 보도하기도 한 언론사 관계자는 "저희가 경제만 (보도)하면 이익이 없으니 연예 이슈 팀에서 그날 발생한 단신 정도만 처리한다. 딱히 연예부 기자가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설리 관련 기사 분석결과 "한국일보 86건, 서울신문과 세계일보가 72건을 보도했다"며 "경제지에서는 한국경제가 144건, 매일경제가 149건을 보도했다. 연예 스포츠 매체는 보도량이 어마어마했다"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최근 지적했던 기사 중 하나가 [누가 설리에게 '시선강간' 단어를 알려줬나]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설리가 SNS 라이브 영상에서 '노브라에 당당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리는 팬의 질문에 '괜찮은데 시선강간 하는 사람들이 싫다'고 말한 것을 두고 훈계하는 칼럼이었다.

칼럼에서 기자는 "예쁜 설리기에 시선이 한 번 가고 보편적이지 않은 차림에 한 번 더 시선이 머무는 것이다"며 "실제로 저런 옷차림으로 성별을 가리지 않고 누군가 걷는다면 시선이 안 가는게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설리가 말한 '시선강간'은 본인의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단어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 칼럼에 대해 "이 태도가 거의 모든 언론에 담겨 있었다고 생각한다. 댓글에도 대부분 '네가 싫으면 옷을 제대로 입어' '네가 논란이 싫으면 그런 사진은 앞으로 올리지 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한 언론사 관계자는 "본인이 스스로 대중들에게 계속 관심을 끄기 위해서 이렇게 한다는 의도도 있다고 해석한다. 설리가 SNS를 통해 자유분방하게 하고 싶은 대로 스스로를 표현한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들로 인해 오히려 논란을 자초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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