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고국으로, 제자리 돌아온 ‘범어사 신중도’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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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부산 금정구 범어사 보제루에서 열린 범어사 조선 후기 불화 ‘신중도’ 환수 봉안식에서 불자들이 공개된 신중도를 찍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0일 오전 부산 금정구 범어사 보제루에서 열린 범어사 조선 후기 불화 ‘신중도’ 환수 봉안식에서 불자들이 공개된 신중도를 찍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대한불교조계종 제14교구 본사 금정총림 범어사(주지 경선 스님)는 20일 오전 10시 범어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국외로 유출됐던 ‘범어사 신중도(神衆圖)’ 환수 봉안식을 봉행했다.

범어사, 신중도 환수 봉안식 봉행

1891년 불화, 美경매시장서 환수

20~27일 보제루에서 시민 공개

조계종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긴밀한 협조로 미국 LA 경매시장에서 환수한 ‘범어사 신중도’는 1891년에 조성된 범어사 극락암 신중도로 확인됐다. 이 신중도는 10월 30일 한국에 도착해 지난 5일 조계종 총무원에서 환수 고불식을 가진 후 20일 본래 자리인 범어사로 돌아왔다.

이번에 환수된 ‘범어사 신중도’는 화승 민규(玟奎)가 제작한 146.1×144.8cm 크기의 비단 바탕 채색 불화(불교의 내용을 그린 종교화)로, 화기에 봉안 사찰은 기록돼 있지 않지만, 범어사 성보박물관 소장 ‘범어사 칠성도’(1891)와 화풍이 유사하고 제작 시기도 동일하다. 이런 사실을 근거로 이 불화는 1891년에 민규가 제작해 범어사 극락암에 봉안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민규는 완호 낙현(玩虎 洛現)의 초기 법명으로, 민규가 조성한 불화로는 현재 ‘청곡사 시왕도’(1892), ‘창원 신중도’(1892)가 있다.

‘범어사 신중도’는 화면 중앙에 예적금강, 마리지천, 위태천을 주존으로 좌우에 천부의 호법신과 팔부중의 호법신이 그려져 있다. 예적금강 좌우로는 범천과 제석천으로 추정되는 존상과 천부의 권속이 그려져 있고, 마리지천과 위태천 주변에는 호법신이 외호하고 있다. 이와 가장 유사한 형식과 도상을 한 신중도는 1862년에 조성된 ‘해인사 대적광전 104위 신중도’다. 이처럼 ‘범어사 신중도’는 19세기 후반에 조성되기 시작한 104위 신중도 형식을 계승한 19세기 후반 불화로 희소성이 높으며, 전체 구성도 안정감이 있고 존상 표현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 신중도에는 용왕과 가루라(영묘한 힘이 있다고 전해지는 새) 머리가 실제 용과 새의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이는 용왕과 가루라 머리에 용과 새의 장식을 얹은 다른 신중도와는 다른 점이다. 뱀 머리 장식을 한 나가와 용뿔을 단 용왕도 다른 신중도에선 볼 수 없는 표현이다. 이 권속들은 신중도를 제작한 민규가 창안한 도상으로 해석된다.

범어사는 ‘범어사 신중도’를 이달 20~27일 범어사 보제루에서 불자와 시민에게 공개한다. 이후에는 범어사 성보박물관에 봉안해 문화재 지정을 신청하고, 보존처리를 거쳐 현재 신축 중인 범어사 성보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이번 신중도 환수를 계기로 해외에 유출된 범어사와 교구 말사의 성보 환수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범어사는 2015년 7월에도 조선 후기 칠성도(七星圖) 3점을 스위스 취리히 경매에서 사들였고, 그해 9월에는 서울옥션을 통해 또 다른 칠성도 2점도 구매한 바 있다. 백태현 선임기자 hyun@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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