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시티 아파트 44층서 떨어진 유리 파편에 놀이터 날벼락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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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44층에서 떨어져 어린이 놀이터를 덮친 유리 파편 중 일부. 독자 제공 아파트 44층에서 떨어져 어린이 놀이터를 덮친 유리 파편 중 일부. 독자 제공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고층 빌딩 외벽 보수 작업 중 유리창이 파손돼 유리 파편 수백 개가 놀이터로 쏟아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3일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10시께 이 아파트 T2동 44층에서 외벽 보수 작업이 이뤄지던 중 가로 1.2m, 세로 1.6m가량의 유리창이 파손됐다.


해운대 마린시티 외벽 공사 중

110m 높이서 수백 개 떨어져

“우박 떨어지는 소리” 대피 소동

사고 뒤 허술한 대처도 논란


이 사고로 약 110m 높이에서 떨어진 유리 파편 수백여 개가 단지 내 지상 놀이터를 집중적으로 덮쳤다. 120㎡ 면적의 놀이터는 유리 조각과 파편으로 뒤덮였다. 특히 인근 키즈월드, 실버월드 등 어린이·노약자 시설에까지 파편이 튀었다. 길이 8cm에 달하는 날카로운 파편들은 우레탄으로 조성된 놀이터 바닥에 박히기도 했다.

다행히 사고 당시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은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놀이터 주변에 있던 주민들과 아이들이 건물 안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또 놀이터와 연결된 아파트 내 구름다리와 T2동 건물 뒤로 진입하는 길을 이용하던 일부 주민들도 쏟아지는 파편에 놀라 급히 실내로 들어갔다.

입주민 이 모(48) 씨는 “우박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주변을 보니 바닥에 유리 조각이 떨어지고 있었다”며 “별다른 통제가 없어 놀이터를 가로질러 가던 중 한 경비원의 설명을 듣고서야 대피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마린시티. 부산일보DB 해운대구 마린시티. 부산일보DB

관리사무소 측은 사고 발생 직후에도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해 주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유리 조각이 떨어질 당시 놀이터 출입을 막는 경비원은 단 한 명에 그쳤고, 주변 출입 통제도 테이프를 무릎 높이에 둘러두는 데 그쳤다. 이 같은 허술한 대응으로 통보를 받지 못한 입주민이 사고 이후에도 놀이터를 오가기도 했다.

또 관리사무소 측은 사태가 일단락된 이후에야 놀이터 주변에도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퍼져있는 것을 확인하고 안내 방송을 송출, 구름다리와 인근 구역까지 출입 통제를 확대해 주민 통행을 막았다. 유리 파편들은 사고 발생 24시간이 지난 3일 오전 10시께야 완전히 정리돼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한 입주민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유리 조각을 밟기라도 했으면 어쩔뻔 했냐”며 “허술한 대처에도 사고가 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파손된 아파트 외벽 유리창 보수 작업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됐다. 모두 올여름 들이닥친 태풍으로 금이 가거나 일부 파손된 것이다. 사고 원인은 작업자가 밀착 테이프로 금 간 유리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유리창이 파손돼 무너져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강풍으로 일부 파손되거나 금이 간 외벽 유리창만 75개에 달해 지난달 말 업체를 불러 작업을 시작했다”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옥상과 지상 1층에 경비원을 배치해뒀지만, 갑작스러운 사고에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고 추가 작업은 최대한 안전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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